행동하는 책읽기

우린 모두 별의 자녀들 <<코스모스 COSMOS - 칼 세이건>>

소라언냐 2023. 7. 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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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COSMOS)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 북스

 

 

 

칼 세이건(Carl Sagan) 님을 소개합니다

어릴 때에는 화학,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고, 천재성을 보여 조기 대학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천체물리학 교수로 커넬 대학의 종신교수로 재직중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제작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로 유명해지는 동안에도 30여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했으며, NASA의 거의 모든 탐사선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저서 중 소설인 <<콘택트>>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지구 방문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로 1997년 조디 포스터가 출연해 영화화 되었으나 칼 세이건은 촬영 기간 중 사망한다.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무인도에 꼭 한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챙겨갈 물건으로 꼽았던 책. 1980년에 <코스모스 - A Personal Voyage> 다큐멘터리에서 칼 세이건이 직접 출연해 나레이션을 맡았다는데, 나는 2014년도에 새로 방영된 그의 제자 닐 타이슨이 출연해 나레이션을 맡았던 리메이크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 Spacetime Odyssey>로 이 대작을 만났었다. 

 

 

책 내용을 소개할까요

이것은 과학책인가 철학책인가. 일전에 두껍기도 한 이 책을 한 반쯤 읽다가 다큐멘터리로 옮겨가면서 흐지부지 뒷부분은 읽지 못했는데,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끝까지 읽어보니 책은 천체물리학, 생물학과 진화론, 전파천문학 그리고 외계 지적생명체에 약간 더 무게가, 닐 타이슨의 리메이크 다큐멘터리는 지금 우리가 사피엔스 종으로 살게 된 시간이 우주적으로는 얼마나 찰나인지에 각각 방점이 있는 듯하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바는 지구에서 관찰되었던 물리적인 자연의 법칙이 우주에서도 동일하게 작용되고 있음을 알아낸 그 통찰력과 그를 관찰/증명해 낸 천체물리학자들의 집요한 노력이었다. 그 이전에 얼마만큼의 관찰과 깊은 고찰들이 선행되었어야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을까?

 

또한 그 법칙을 가보지도 못한 저 우주로 확장해 그곳에서도 똑같은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증명해 낸 그 끈기와 용기란! 그리고 기어이 우주로 탐사선들을 보내 케플러의 행성운동의 법칙을 확인해내는 그 집요함. 우주의 시간으로 보자면 찰나에 불과한 기간 동안 이루어 낸 우주로의 확장. 인간의 주위 환경에 대해 알고 싶고, 관찰을 통해 스스로 세운 가설을 증명해 보고픈 욕망이 원동력이 되고, 그것을 이루어 내었을 때의 희열이 큰 보상이 되어 더 깊은 단계를 탐구하게 만드는...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사피엔스 종의 긍정적인 극단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것이 바로 우주 진화의 대서사시이다.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되고
생명은 곧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하게 된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식할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채사장은 이를 ‘우주를 이해하려는 것은 우주의 반성 과정이며, 반성은 나를 대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별이 흩어지고 다시 모이고 그 오랜 시간의 결과물로 나라는 존재가 있으며, 이제는 내가 관찰자가 되어 우주를 봄으로써 우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노라고. 나라는 존재는 우주의 자기반성이라고. 채사장의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만났던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기실 별의 자녀라는 글을 읽었을 때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고, 과학자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수필집을 읽는 것 같은 뭉클함을 느꼈었다. 과학자도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구나. 글만 아름다운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라는 증명과 설명을 곁들인 매력적인 책. 우주의 변화무쌍함, 그 무상함을 이야기하면서도 한편 전우주적인 일원론을 담담히 쓴 글을 읽고 있으면 내 마음도 커지는 느낌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공간을 눈여겨 보면 하나의 거푸집에서 찍어 낸 것처럼 모양이 아주 비슷한 은하들이 우주 도처에 널려 있다고 했다. 그 많은 은하에서 어쩌다 지구는 태양과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진화의 속도로 지금이 되었을까. 우주가 무한대라면 확률적으로 나와 똑같은 존재가 무수히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이 많은 경우의 수가 똑같이 겹쳐 생긴 나라는 존재가 무수히 많을 수 있을까?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도, 상상도 되지 않는다. 

 

옷깃만 스쳐도 실로 엄청난 인연이라는 불교 철학이 더 와닿는다. 더불어 다른 사람과의 인연이 없이는 나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깊은 깨달음도.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이토록 가열차게 연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라는 존재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남을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니. 믿고 있는 철학과 세계관에 대해 과학자가 답을 준 것 같은 든든함이 있다.

 

 

큰 책이었다. <<사피엔스>>를 읽기 이전에는 이 책 만큼 큰 역사를 다루는 책을 만나본 적이 없어 더 그렇게 각인이 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정말 방대한 내용이었다. 천체 과학자들만의 고유영역을 일반인에게도 열어 보여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도 반도 이해를 못했지만 그럼에도 언제든 다시 열어 볼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엮어 주어 더욱 그러하다. 

 

왜 우주로 나가야 하는지 수긍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으론 신냉전을 배경으로 한, 우주 땅따먹기 비슷해보이는 각 나라들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들 그리고 테슬라나 아마존 같은 사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마음 불편하다. 핵개발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우주탐사도 충분히 과학자들의 선의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나의 파충류 뇌의 두려움 뿐일까.



밑줄 쳤던 문장들

고대 이오니아 인들은 우주에 내재적인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종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돌이켜 보건대 인류는 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잠시 지구라 불리는 세계에 몸을 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원초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감히 그 기나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것이다. 
별이란 무엇인가? 별이란 광막한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태양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은 단백질 분자와 핵산 분자가 모든 동물과 식물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명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참나무와 나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좀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동물인 나와 식물인 참나무의 조상은 같다. 
지구에 무거운 원소를 공급한 별들 중 일부는 아직 은하수 은하 저편에 백색 왜성으로 남아 우리 모르게 조용히 숨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진화의 비밀은 죽음과 시간에 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마한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말이다. 유리한 돌연변이 형태들이 서서히 축적되기 위한 긴 시간이 바로 진화의 비밀이다….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 사회에서 편히 살던 인물이었다. 그들은 노예 제도의 부당성에 괴로워하기보다 오히려 억압을 정당화하는 논지를 폈으며, 전제 독재 군주를 섬겼고 육체와 정신이 분리를 가르쳤다 (노예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생각이다). 그들은 또 사상과 물질을 별개의 것이라고 가르쳤다. 어디 그것 뿐인가. 그들은 하늘에서 지구를 분리시켰다. 이것이 서양의 정신세계를 2,000년 이상 지배해 온 분리의 사상이다. 
팔꿈치가 책상을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은 음전하들 사이에 생기는 강력한 척력 때문이다. 전자들의 척력 덕분에 우리는 일상 생활을 무리없이 꾸려갈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이 원자의 미시적 구조에 의존하는 것이다. 전하만 사라져버리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된다.
밤에 집 밖으로 나가 머리를 들면 까만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보인다.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태양의 빛을 받아서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화시킨다. 따지고 보면 모든 동물은 식물에 기생하여 사는 존재이다. 농사가 무엇인가? 태양 광선을 조직적으로 추수하는 방법에 다름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