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all rounder를 소개합니다 : )
댁에 가지고 있는 컵은 몇개인가요?
커피잔, 와인잔, 맥주잔, 소주잔, 쥬스컵, 머그잔, ...
이 유리 용기들은 어떻게 포개서 수납도 불가능해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이사라도 할 때는 깨질까봐 이사 전날 따로 옮겨다 둬야 안심이었죠 : (
우리는 언제부터 컵의 용도를 구분해 썼을까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화장품을 만들어 쓰다 보니 우리의 소비 습관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는 일이 많아요.
똑같은 세정 성분으로 만듦에도 불구하고 굳이 아이 메이컵 리무버, 폼 클렌져, 바디 클렌져, 샴푸, 손 세정제, 여성 청결제, ... 등등으로 세분해 사용하고 있잖아요? 남성, 여성, 유아용 등으로 또 나누고요.
샴푸나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으면 안될까요?
잠시만 곰곰 생각해봐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세정제는 불필요하다는 답이 나오는데도, 소비자인 우리는 기업들의 마케팅과 광고 등에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탓에 그 많은 제품들을 각각 용도에 맞게 쓰려고 욕실 선반 가득 쓰지도 못할 세정제들을 채우고 있는 거였죠.
제가 가지고 있던 여러 종류의 컵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내용물에 따라 이름이 정해지는 것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듣습니다.
구구절절 답없어 보이는 다양한 사연들에도 스님은 무릎을 치게하는 혜안을 나눠주시거든요.
종종 스님은 모든 관계는 인연에 따라 나고 사라진다는 것을 그릇에 비유하시죠.
밥상 위의 그릇은 물을 담으면 물그릇, 밥을 퍼 담으면 밥그릇, 술을 따르면 술잔, 밥 먹다 아이가 급하게 쉬야~해야 하면 오줌통이 된다고요.
스님께서 전해주신 지혜는 제가 애지중지했지만 번거롭기도 했던 와인잔과 커피잔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와인잔... 사실 개인적으론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을 빼면 실용성은 전혀 없는 물건이 와인잔이라 생각합니다. (속닥속닥)
설거지 할 때마다 그 얇디 얇은 유리잔에 손을 다칠까 불안하고, 깨먹은 와인잔이 몇개이며, 깨진 잔은 또 왜 그리 소름끼치게 날카롭던지요.
우리 집 올라운더 컵을 소개합니다. 타라~
고심 끝에 더블 월(double wall) 컵 6개만 남겼어요.
컵이 이중으로 돼있다는 것이 사용할수록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있더라고요.
- 와인을 담아도 손의 열기가 잔에 바로 닿지 않기에 와인 잔의 긴 목의 역할을 충분히 해냅니다.
- 커피나 차 등 뜨거운 음료를 담아도 잔이 뜨겁지 않아 맨손으로 잡을 수 있어요.
- 여름철 아이스 음료를 담아도 잔에서 온도차로 인한 물기가 흐르지 않아 컵 받침이 필요 없어요.
- 뜨거운 음료는 잘 식지 않고, 찬 음료는 쉽게 미지근해지지 않아요.
- 투명 유리 잔이라 거슬림 없이 여기저기 잘 어울립니다.
- 디자인이 동글동글, 입구가 넓어 설거지할 때도 손이 쑥쑥 속 시원하게 할 수 있어요.
- 이렇게 기특한 물건이 제 눈엔 예쁘기도 하고, 덕분에 컵 수납 공간이 널널해졌어요.
우리 집에 같이 살려면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두루 해낼 수 있다는 것에도 합격!입니다.
내 컵... 다시 봐도 이뽀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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