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일상

사람 구경이 젤 재밌지

소라언냐 2024. 7. 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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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누구인가

전남 곡성군 곡성읍 읍내18길 4 <엄마 바지락 칼국수>

 

 

곡성에 오니 섬진강을 끼고 있어 참게 수제비나 다슬기 수제비 가게들이 많아요.

흔치 않은 바지락 칼국수 가게를 찾아내 반가운 마음에 주말 점심을 먹으러 갔죠.

나름 주중에는 집밥을 주로 먹으려고 노력하고, 주말에는 치팅 데이입니다 :P

 

노부부 두 분이 하시는 노포인데, 

대표 메뉴인 바지락 칼국수를 주문하면

저 사진과 똑~같이 나오는 정직한 가게입니다.

꽃은... 생략한다.

 

 

우리가 막 나온 칼국수를 받아 먹으려는 순간

예약을 하셨던 할머니 할아버지 열 분이 가게로 연달아 들어오십니다.

맛집 인.증.

 

사장님과도 잘 아시는지 서로 안부를 물으십니다.

안오신 분도 용케 알고 챙기시고요.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들은 방안으로, 할머니들은 테이블에 따로 앉으시네요. ㅎㅎㅎ

네이티브 전남 곡성 말씨를 들을 수 있는 타임! :D

입으로는 칼국수를 먹으면서 뒷 테이블의 대화에 귀가 쫑긋해집니다.

 

 

대망의 주문 타임.

모두가 바지락 칼국수라고 외칠 때 용자인 할머니 한 분이 

"나는 콩국수가 먹고 잡은디. 날이 더우니께 션한 게 먹고 잡네."

 

다들 좋게 만류하는 분위기 ㅎㅎㅎ

사장님도 걍 칼국수 자시라고 머퉁이를 날리고 주방으로 가시다가 이내 마음이 쓰이셨는지

"콩국수 한 그릇 양 많이 드릴테니께 같이들 나눠 잡솨."

라고 화끈한 오퍼를 날리신다.

 

할머니들의 환호성과 이렇게 저렇게 나눠먹으면 되겠다는 대화들이 오가자

사장님은 순간 다음 번에도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겠다 싶으셨는지

"오늘만 이렇게 드리는 거여." 라고 못 박으심.

 

이미 기분이 좋은 할머니들은 연신 알았다고 하시지만 

사장님은 혼자 또 본인이 너무 야박스럽게 굴었다고 생각이 드신 모양.

"농담이여~" 라고 눙치신다. ㅋㅋㅋㅋ

 

 

서빙 타임.

사장님이 그릇을 나르시며 물으신다. 

"여기 으른이 누구여?"

 

어른이란 누구인가.

사장님이 커다란 질문을 공론장에 투척하자 할머니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안에 앉아 있는 이가 으른이지."

"밖에 나오면 여자가 으른이요."

...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으나 오디오가 겹쳐 알아들을 수 없다 -.-

 

 

남편과 함께 칼국수를 먹으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쿡쿡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우리는 왜 넘의 테이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진 것인가.

 

뭐니 뭐니 사람 구경이 젤로 재밌다는 울 외할머니의 말씀은 참 트루다.

 

 

사람이 귀한 곡성의 자영업 사장님들,

응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