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폴리틱스 (Chimpanzee Politics)
당최 이해가 안돼
2024년 12월 3일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까지는 윤정부와 김명신의 언행은 정말이지 일반인의 논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정부의 장관들이 국회 질의응답시 외려 더 대들던 행태는 더욱 그러했고.
지금에사 이 모든 것이 ‘비상 계엄령’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깨끗이 맞춰지지만, 이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을 유시민 작가는 종종 이 책 <<침팬지 폴리틱스>>를 인용해 알파 메일 놀이에 심취한 윤통과 그들을 분석해줬다.
그리고 국힘이 폭망한 지난 총선 이후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그 책에서도 역시 이 책을 인용해 설명했었다.
시민의 교양이 필요한 시점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유튜브를 잘 이용하지 않으려는 와중에도 최욱의 는 즐겨본다. 특히 유시민 작가가 출연할 때에는 귀기울여 듣는다. 그의
thebrownbottle.tistory.com
유작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뭔가 그의 행적들이 하나로 맞춰지며 끄덕여지면서도 한켠에는 그래도 사람인데... 침팬지 알파의 그것으로 퉁치기는 약간 머뭇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한 번 제대로 읽어야 유시민 작가의 말을 십분 알아듣겠다 싶어 집어든 책.
프란스 드 발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장류 학자이자 대중 저술가로 폭넓은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프란스 드 발 (Frans De Waal)은 1948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동물 행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애틀란타 에모리 대학교 심리학과 C.H.캔들러 석좌교수이며, 미국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 산하 리빙링크스센터의 책임자이다.
드 발의 첫번째 저작 <<침팬지 폴리틱스>>는 당시 학계에서 흔히 ‘영혼 없는’ 실험 객체로 취급받던 침팬지의 사회에도 인간과 같은 마키아벨리적 권력 투쟁이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주었다.
그 뒤로도 <<영장류 평화 만들기>> <<보노보>> <<내 안의 유인원>> 등 연이은 저작을 통해 영장류의 공격적인 성향뿐만 아니라 도덕덕이고 평화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영장류 사이에 마치 평행선처럼 대비가 가능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매우 정교한 침팬지들의 정치
네덜란드 아른험의 침팬지 사육장. 너른 야외 공간 한쪽에는 추운 겨울과 잠자리를 위한 실내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고, 야외를 둘러싼 해자가 있어 침팬지들의 탈출을 막고 있으며, 관람객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도록 투명 방호창으로 둘러져 있는 환경.
제인 구달 박사가 야생 침팬지 그룹을 연구했다면, 프란스 드 발은 제한된 구역 내에서 사육되는 침팬지들의 생활을 관찰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관계와 권력의 이동 등에 관한 보다 더 반복적이고 유의미한 관찰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
침팬지들 각각의 개성과 그들의 권력 다툼에 매우 이입되어 책을 읽었다. 그저 우스꽝스럽게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동물이고, 권력이라봤자 알파 메일로 암컷들을 거느리는 존재, 또는 먹이로 행동 교정이 가능한 존재라고 얕봤다가 깜짝 놀랐다.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이라는 것이 상당히 정교하고 매우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점.
유시민 작가가 이 책을 기반으로 윤통의 상황을 비교 분석해 평을 내놓은 것이 과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는 말로 상대를 설득하고, 꼬드기고, 내 편을 만들고, 세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에 뭔가 고차원적인 정치 행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침팬지들의 그것은 날 것 그대로의 정치 원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침팬지들의 비언어적인 교류- 털고르기, 곁에 앉기, 인사하기, 소리지르기, 때리기 등-을 통해 암컷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이는 어른 수컷들의 권력 이동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여전히 이들의 비언어적인 권력 과시 행위들이 사실 인간들에게서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 윤통 담화시 책상을 떡 짚고 어깨를 한껏 올린 제스쳐가 떠오른달까.
미국의 존경 받는 한 상원의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책을 의회 필독서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그 이유가 “이 책을 읽고 나면 펜타곤, 백악관, 의회가 예전과는 달리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네 일상의 정치적 행위들을 관찰하면, 그 지저분한 진흙탕이 투박하지만 형체가 명확한 그릇으로 새롭게 보일도 모른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일들의 원형을 보고 싶은 모두를 위한 책이다.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출간하면서 작가는 분명히 강조한다. “이 책의 논점은 정치 지도자나 침팬지를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근본적인 유사성을 주장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성찰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어렸던 두 수컷(라윗과 니키)이 강력한 알파 수컷의 피지컬에 대등하게 자랐을 때부터 침팬지 그룹에는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라위과 니키가 암시적으로 연합해 권력을 뒤집어 이에른의 권좌를 빼앗았지만 이후 노련한 이에른은 두 젊은 수컷들을 조종하는 듯 보인다. 어느 때에는 라위에게, 또 다른 때에는 니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생각보다 암컷들의 지지가 수컷들의 권력 찬탈에 매우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 흥미롭다. 나이 많은 암컷 마마에게는 어떤 수컷들도 함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분쟁이 있을 경우 서로 그녀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권력 교체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니만치 권력 교체편에 가장 매료되어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력한 수컷(이에른)이 권력의 정점을 굳건히 자리잡고 있던 긴 기간 동안 침팬지 그룹에는 평화로운 시기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 권력의 공백이 두렵다.
탄핵을 가결시켜 한총리를 대행 권한으로 두고 있지만 이 커다란 권력의 공백이 두려운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피라미드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어떤 계획으로 움직일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 궁지에 몰린 자들은 어떠한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이 판을 뒤집고 놓친 권력을 다시 찾고 싶어한다는 점.
야당에서 내세우는 속도전이 중요한 이유다. 한총리가 헌재 재판관 세명 임명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싹수라면 빨리 정리하고 가야한다. 아침마다 뉴스 창부터 확인하며 시작하는 긴장이 만성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모든 인간의 일반적 경향 중에 하나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멈추는
그들의 끝없고 쉼 없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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