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시민의 교양이 필요한 시점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소라언냐 2024. 8.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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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유튜브를 잘 이용하지 않으려는 와중에도 최욱의 <매불쇼>는 즐겨본다. 특히 유시민 작가가 출연할 때에는 귀기울여 듣는다. 그의 논평을 따라가자면 윤대통령은 왜 저럴까 하는 의문에 정확한 답은 아닐지라도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 끼워 맞춘 듯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이 이해는, 아니 설명은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유작가는 프란스 드 발이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이라는 부제를 달아 쓴 <<침팬지 폴리틱스>>의 이론으로, 알파 메일로서의 윤대통령의 행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웃으며 듣기 시작했지만 이해 불가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행적이 설명되어 더 참담한 마음.

 

 

유시민 작가의 논평이 기다려지는 이유

유시민의 논평을 그렇게 기다렸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보여지는 현상 뒤의 실체를 날카롭게 잡아내는 논평. 돌려 말하거나 순화해 말하지 않는다. 불편해도 이해해야 할 것과 두려워도 싸워야 할 것을 분별해야 한다고... 그래야 원하는 차선을 얻을 수 있다고. 

 

인상적이었던 지난 대선 방송. MBC 선거 개표 생방송에 전원책 패널과 함께 출연해 선거의 양상과 숫자들이 보여주는 유의미한 지점들을 짚어주었다. 초반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약간 앞서 나갔으나 밤늦게 서울 투표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대표가 야금야금 따라잡는 양상이었다.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개표 진행에 속이 타들어갔지만 유시민은 냉정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을 투표권자들을 향해 “여러분,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드십시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였다면 도저히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국힘당이 이겼으며 윤후보가 잘해주기를 바란다는 짧은 소감을 덧붙인 채.

 

북한에 퍼준다는 보수의 항의에도 유시민은 북한 지도층의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종북' 꼬리표가 붙은 사람다운 평을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들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얻자면 그들과 타협해야 한다고.

 

미국의 사면 제도를 인용하면서 윤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퇴로를 열어주자고 주장한다. 그가 스스로 내려올 수 있도록. 아무 이익도 없는데 스스로 내려올리는 만무하다며.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스스로 사임했을 때, 후임 대통령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그에게 ‘full and unconditional pardon’을 부여했고, 이로 인해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범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게 됐던 사례가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윤석열 김건희 커플이 저지른 일들을 덮는 조건으로 윤통이 스스로 사임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치를 댓가를 최소화할 방법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나는 이를 유작가가 되도 않는 방법을, 그저 쓸 수 있는 카드들 중의 한 장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현재의 참담함을 뼈저리게 느낄 그가 그런 방법까지 제시할 때까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책의 내용을 들여다볼까요

1장에서는 그의 행적을 통해 깨달은 유작가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했고, 2장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인 국힘당이 참패한 이유의 원인 분석을, 3장은 언론이 이슈를 선택하고 뉴스화하는 메카니즘을(이 장을 읽고나니 왜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폄하되는지, 왜 저토록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깔끔하게 된다), 4장은 윤통의 지지율이 이렇게나 답보상태인 이유를, 5장은 그의 적 이재명과 조국에 대해서,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 윤석열이 앞으로 취할 수 있을 행동을 세가지로 제시한다. 자진사퇴, 협치, 대결.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
도자기 박물관의 코끼리 5

제 1 장 그를 보며 깨달은 것 17
ㆍ주관적 철인왕
   권력의 제한과 분산 19
   민주주의와 정부 수준 23

ㆍ악의 비속함
   사악함과 비속함 29
   사유의 힘 32

ㆍ완벽하지 않은 선
   공소권 없음 36
   부족한 그대로 친구가 되어 40

제 2 장 여당이 참패한 이유 45
ㆍ그에 대한 불신과 분노
   여당 의석 계산 공식 47
   유권자 이동성 53

ㆍ보수의 분열
   연합의 승리 59
   맹종하는 집권당 65

ㆍ국힘당의 무기력
   정당은 누구 것인가 70
   윤석열의 왕정 73
   윤석열 사단의 미래 77
   무너진 박근혜의 유산 81
   
제 3 장 언론의 몰락 87
ㆍ우리가 알던 저널리즘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 89
   언론 몰락의 증상 96

ㆍ2월 여론조사의 수수께끼
   무능한 언론 엘리트 103
   국힘당이 만든 통계적 소음 107
   자기 충족적 예언 110

ㆍ새로운 저널리즘
   언론 보도와 마이크 파워 114
   저널리즘의 해방 117
   저널리스트 김어준 120

제 4 장 그가 인기 없는 이유 127
ㆍ극단적 무능
   처참한 경제성적표 129
   광신적 시장주의 134
   윤석열의 줄푸세 139

ㆍ독재자 행태
   59분 대통령 145
   전두환 평행이론 149

ㆍ학습 능력 결여
   엽기적인 연설문 작성법 156
   무지성 대통령 163

ㆍ비굴한 사대주의
   국민을 모욕하는 외교 171
   육군과 육사의 뿌리 178
   40년 후퇴한 남북관계 183

ㆍ권력 사유화
   우두머리 본능 186
   국가권력의 정치적 사유화 189

제 5 장 그의 적들 195
ㆍ이재명, 아직 죽이지 못한 자
   수모를 견디는 힘 197
   정당한 특권 204
   생존투쟁 209

ㆍ조국, 죽였는데 살아난 자
   달라진 조국 216
   복수와 응징 220
   조국혁신당의 미래 222

ㆍ민주당, 유일한 진보 수권정당
   기성복 정당 227
   당원 민주주의 231
   시대정신과 청년정치 239
   
제 6 장 그의 운명 249
ㆍ자진 사퇴
   잘못된 만남 251
   자진 사퇴할 능력 254

ㆍ협치
   민주당 주도 대연정 258
   위기의 시작 262

ㆍ대결
   윤석열이라는 문제 267
   고블린의 최후 273
   불기소 특별사면 276

맺으며 젊은 벗들에게 281

 

마지막이 어렵잖게 짐작이 되네요

폭망한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 뉴스들을 보니 자진사퇴나 야당과의 협치는 물 건너갔음이 확실하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도이치모터스 주식 공모, 점점 정황이 드러나는 해병대와 경찰청 인사 개입,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를 승인한 듯한 딴나라 외교, ... 다 열거하기엔 지면마저 아까운, 답없어 보이는 그와 그리고 그런 그를 등에 업고 휘두르는 그녀의 행적의 기저에 깔린 생각이 무엇인지 읽힌다. 그리고 그는 끝내 어떤 길을 갈 것인가도 어렴풋이 보이는 듯.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진다. 누구 말따나 마치 물량공세로 이전의 뉴스를 새로운 뉴스로 덮어버리겠다는 듯이. 하지만 그러한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이 모든 사건들에 윤통과 김여사가 연결고리였다는 중요한 뉴스는 애써 찾아보지 않는 한 접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이진숙은 반드시 임명이 되겠지.

 

 

중립을 위한 중립

이진숙은 종군기자 이미지 뿐 잘 몰랐던 사람인데, 이번 청문회를 통해 어떤 작자인지 잘 알게 됐다. 10년 전에도 MBC 민영화와 박근혜 당선을 위해 정수장학회(박정희&육영수 이름을 딴 장학회다)와 긴밀히 소통하다 들켜 기자회로부터도 ‘부끄러운 기자'라고 쫒겨난 자가 다시 방송통신위 위원장 후보자라니. 

 

묘한 타이밍에 마지막 공영방송인 MBC에서는 파리 올림픽 전후로 손석희의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이 5부작으로 방송되고 있다. 2부에서 유시민 작가와 한국일보의 김희원 기자가 나와서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는데, 유튜브에 대한 갑론을박이 흥미로웠다. 

 

유작가는 이 책에서도 밝혔듯 레거시 채널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하는 뉴스들을 생산하는 대안 매체로써 유튜브의 순기능에 대해 강조했고, 한국일보의 김기자는 한국일보가 딱 중간에 있는 매체라며 중립을 강조했다. 레거시 채널들이 지켜왔다는 보도 윤리가 유튜브에는 없다고 비판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중립이라... 

 

하지만 책에서 유작가는 진보 성향의 매체로 잘 알려진 한겨레 신문에 대해서도 ‘기자로서의 중립을 위한 중립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한 행태에 대해 단테의 말을 빌어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라고 꼬집으며.

 

평소 유튜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개인으로서 유튜브 채널의 뉴스가 대안이 되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고맙다.



시민의 교양

다시 공은 국민들에게 돌아온 듯하다. 책에서 언급했던, 앞으로 가능한 그의 운명에 대한 모든 시나리오의 결과는 윤통의 국정 지지율에 달린 듯 보이므로. 정작 본인은 지지율 따위는 연연하지 않고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했지만.

 

하마터면 집단 지성의 힘에 대한 불가지론자가 될 뻔했다. 박전대통령 탄핵 때 그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건만 언론이 권력과 한패가 되면 국민은, 시민은 무력해질 수 있음을, 또 반복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았으니. 하지만 또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시민의 집단지성이 각성돼야 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유작가의 책을 읽기를 잘했다. 이렇게 혼란한 정국에도 큰 줄기를 잡으니 맥락이 잡히고 그의 행동이 설명된다. 작가의 생각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 시민들 스스로가 개별 쟁점에 대한 방향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담론들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논의되어갈 것이다. 세계에 대한 단순한 구분. 이것이 시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 채사장 <<시민의 교양>>

 

 

 

최소한의 시민의 교양 <<시민의 교양 - 채사장>>

시민의 교양 이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내가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나의 독서 여정에 너무나도 큰 등불이 되어줬던 채사장님의 책. 그의 책들을 모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을 읽지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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