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삶과,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프레임 - 최인철>>

소라언냐 2023. 11. 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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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최인철 지음

 

 

작가 최인철님을 소개합니다

요즘은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권위에 기대지 않고 내용만으로 책을 읽어달라는 의지인지 저자의 프로필이 별도로 표기되지 않아 저자에 대한 정보를 직접 검색해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검색을 해보니 저자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후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를 파헤치는 심리학에 매료되어 심리학과에 재입학하였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다 2000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03년에는 한국심리학회에서 주는 소장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대학교 심리과학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최근에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 (내가 아는 그 결혼정보회사가 맞다는 사실이 주는 프레임이란... ㅋㅋㅋ) 연구책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라고 한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나는 '프레임'이라는 이 영어 단어를 정치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정치인들이 본인에게 실이 되는 헤프닝에는 상대당에서 자신에게 악의적으로 씌운 프레임이라 칭하며 악착같고, 기발(?)하게 항변하던 글이나 인터뷰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의 프레임에 대한 프레임인가. ㅎㅎ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챕터 1에서는 ‘프레임에 대한 프레임’을 목차만 다시 둘러봐도 내용이 상기될 수 있게 또박또박 간결하게 쓴 작가 덕에 목차를 한 번 다시 훑어보자면, 프레임은;

  •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다
  • 맥락이다 - 역지사지의 심정이란, 다름아닌 상대의 맥락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 정의(definition)이다 -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다’ 라는 문에 대한 새로운 정의처럼 사물과 상황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다시 내려보는 것이 프레임을 바꾸는 길
  • 단어
  • 질문이다 - 판단 바로 직전에 던진 질문이 평가에 작용하는 주된 프레임이 된다.
  • 은유(metaphor)다 - 개인이나 조직이 어떤 은유를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들의 프레임을 알 수 있다. 개인, 가족, 국가에는 나름의 은유가 작동한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은유는 우리가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그 은유 속에 살고 있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프레임을 바꾸고 싶다면 바로 그런 은유를 찾아내서 바꾸어야 한다.
  • 순서
  • TV가 프레임이다 - 구강청결제 광고의 ‘입냄새’ 프레임
  • 욕망이다 - 우리 눈에는 보고 싶은 것이 보인다.
  • 고정관념이다 - 외과의사는 남자라고 생각한다는 젠더 프레임의 예

 

프레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챕터 2에서는 프레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와 다양하게 프레임을 적용한 예들을 설명한다. 개인의 생각과 판단의 틀을 제공하는 프레임은 위에서 열거한 정의들일 뿐만 아니라, '내가 소유하거나 주위에 둔 물건들마저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프레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되고서는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얻게 되었던, 또 정리를 통해 경험했던 안정감과 해방감의 실체를 알게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사한 내용이었다. 내안의 별들이 또 다시 이어지는 신기하고 신나는 지적 경험. 물건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수 있겠다.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달라진다. 프레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때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프레임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history vs herstory’, ‘man vs human being’ 의 예. 남성중심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거나 그 프레임에 의문을 제기하면 그 순간부터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껏 자연스럽게 보였던 것들이 거북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사물을 새롭게 보는 시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 Richard Dawkins는 자신의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의식의 함양'이라고 했다.



챕터 4에서 ‘독재 정권'이라고 비유한 자기 프레임에 대해 이미지 투사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국민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독재 정권처럼 ‘자기’라는 것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에고의 색안경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아래의 내용이 인상 깊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평가나 내용을 보면,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보다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드러낸다. 그러니 자기 주변에 남을 헐뜯는 사람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인가 상황인가

챕터 4에 이어 5에서는 ‘행동의 원인, 사람인가 상황인가?’ 라는 기준으로 나와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는 프레임을 설명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서 저자 한나 아렌트는 본인의 생각을 피력했을 때 동족인 유태인들의 맹렬한 비난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의 부역자였던 아이히만에 대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인으로 묘사했다. 기자로서의 그녀가 ‘상황의 산물'로서 아이히만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했던 각고의 노력과 용기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쉽고 익숙한 ‘사람 프레임’에서 불편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프레임'으로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행복에 대하여 '도덕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

지혜와 자기 성찰의 완성은 타인에게 미치는 나의 영향력을 직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상황때문에 기인한다는 깨달음, 그것이 지혜와 인격의 핵심이다… 우리는 서로의 행복에 대하여 ‘도덕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의 정수는 챕터 6에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책을 마치고 가장 강력하게 남았던 메시지가 서문과 여기에 있었다. 우주의 중심이 나인, 남탓에 익숙한 우리는 가족부터 나를 둘러싼 ‘상황’을 이용한 자기합리화에 본능적으로 능하지만, 나 또한 거울처럼 그들의 상황의 일부라는 것을 이렇게 글을 읽어야만 ‘아… 그렇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나마도 나 자신의 선경험이 엄청나게 많았으니 글을 읽는 순간 그렇다 하고 곧바로 납득이 된 것이겠지.

 

앞의 챕터를 읽으면서 상황 프레임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럴 경우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보게 되고 문제의 개선이 전적으로 개인의 외부에 있다는 운명론적 시각을 갖기 쉬우므로, 인간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을 균형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공돈'이라는 이름은 없다

챕터 8에서는 이름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는 영역으로 돈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했는데, 특히 ‘공돈’과 ‘푼돈’, ‘원래 가격’ 등의 프레임이 등장한다. 이 부분을 읽을 즈음 주식 투자가 붐이었는데,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주식 투자 관련해 왜 자꾸 커피 값을 아끼라는 얘기가 많은지, 과연 그래서 부자가 되겠는지 올린 글에 드물게 많은 답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티끌 모으면 티끌이라는 의견이 우세했고, 몇명의 용자(?)들이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그렇게 작은 돈도 소중히 해야 돈이 모인다는 거라고 의견을 달았다.

 

나 또한 푼돈이라는 이름으로 대했던 커피였는데, 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테이커웨이 커피가 상당히 비싼 음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리한 커피에 대한 프레임은 이제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장소 비용' 으로 정리했다. 그저 음료를 사마신다면 푼돈 취급이겠지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위한 시공간 비용이라고 프레임한다면 내게는 적절한 프레임이 되겠다. 이제 테이커웨이 커피는 없따.

경제 합리성의 기본은 돈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데에서 출발한다. ‘공돈’이라는 이름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지혜로운 사람들의 11가지 프레임

지혜로운 사람들의 11가지 프레임이라는 제목의 챕터 10에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까지 갔던 정신과 의사 Victor Frankl의 말을 인용해 '삶의 상황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이 선택할 몫'이라고 주장한다.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는 있지만, 한 가지 자유는 빼앗아 갈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삶에 대한 태도만큼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1.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2. 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3.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4.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5. 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6.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7.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8.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져라
  9.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10.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11. 인상의 부사(adverb)를 최소화하라.

 

삶과,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이 책을 읽으면서 Helen Nearing의 <<조화로운 삶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를 거의 동시에 읽었는데, 놀랍게도 두 책은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었다. 삶과,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나와 남을 동등한 상황으로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프레임을 반복한다면, 남에게도 좋은 ‘상황’이 저절로 나의 습이 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선한 카르마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