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언제부터 큰 집이 좋다고 생각했을까 <<작은 집을 예찬한다 - 도미니크 로로>>

소라언냐 2023. 11. 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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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을 예찬한다

by Dominique Loreau, 배형은 옮김

 

‘소유'가 행복의 상징이 된 사회 

‘아, 막심? 그 앤 아주 잘 지내지. 성공한 인생이야. 큰 집에, 귀여운 아이들이 넷이나 있고.’
- 흔한 이야기

 

위의 아주 ‘흔한 이야기’처럼 우리들 대부분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갖고, 그 자녀들과 함께 살 집을 산다. 정부는 자녀 출산을 권장한다. 자녀와 함께 살 집 마련을 위해 집을, 거의 평생을 일해야만 상환할 수 있을까 말까한 대출을 낀 큰 집을 구매함으로써 노동할 수 밖에 없으므로.

 

집이 작다고 속상해하며 더 크고 넓은 집에서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 그 집을 유지관리하고 대출을 갚기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힘들게 집을 마련해가면서도 때가 되면 휴가를 떠나는 아이러니.

 

사회 구조는 자기 일을 최대한 스스로 하는 것보다 타인(아내 포함)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안정된 고용과 그 후의 은퇴 생활이 보장되면 인간의 존재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사회에서는 멋지고 큰 집으로 대표되는 ‘소유'가 행복의 상징이 된다. 행복을 차지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 당신이 꿈꾸는 것보다 더 작은 아파트를 사서 상환 연수와 이자를 반으로 줄이라고 충고할 은행원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정치나 경제 체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삶을 사는 것보다 살기 위해 돈벌이를 하는 편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게 만들고 있는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더 나쁜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를 빼앗겼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 길들여진 쾌락

<<고독의 매뉴얼>>에서 철학자 백상현은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우리의 환상은 미디어를 통해 길들여진 쾌락이라고 짚는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예요. 어떻게 소외되지 않고 살아갈 것인가. … 그래서 저는 N포 세대가 암울한 현실만을 가리키는 말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을 포기했을 때,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모색해볼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돼요. 그렇다면 더이상 포기가 아닌 저항이 되는 거죠. 

예를 들면 패스트푸드는 맛있잖아요. 근데 아무도 그걸 언제부터 맛있어했는지 질문해보지는 않죠. 그게 초월적으로 맛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길들여진 것일까? 물론 입맛을 바꾸기는 무척 어려워요. 그러나 그 입맛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가 없죠. 

행복이란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결혼, 자식, 큰 아파트, 큰 차에 대한 쾌락은 우리가 길들여졌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닐까? 거리를 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일단 고독해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 <<고독의 매뉴얼>>

 

작은 집의 미덕 - 자유롭고 제약이 없는 삶

큰 것을, 언제나 더 큰 것을, TV도, 냉장고도, 집도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커지면 더 행복할까? 더 커진 크기가 더 나은 건강과 더 고요한 평화, 더 큰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집이 넓다는 것은 막연히 쾌적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온통 관심과 염려가 집에만 쏠리게 될 수 있다. 집을 꾸미고, 대출과 유지 비용을 대기 위해 야근도 불사해야 하고, 주말에는 잔디를 깎고, 페인트 칠을 다시 하고, 고장난 곳을 보수하고, ... 내가 원하는 삶이 이런 모습은 아닌데... 

 

큰 집에 대한 환상이 길들여진 쾌락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나니 작은 집의 장점들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는 작은 집은 걱정을 줄이고, 여유시간을 더하고, 활기를 더하며,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아늑함과 윤택함을 더해주고,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더해주는 미덕이 있다고 말한다. 

 

작은 집이 주는 선물 - 고독

우리 시대는 침묵에 적대적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개 시끄러운 곳, 번화한 곳, 다른 사람들과 가까운 곳을 찾는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지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공허함, 바로 자신의 공허함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침묵은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소음으로부터 떨어져 혼자 있을 때에만 지금 현재를 차분하게 인식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이 공감했던 챕터였다. 데이빗 소로우가 숲에서 했던 실험은 자본주의의 챗바퀴에서 ‘지금 당장' 내려와 자급자족함으로써 자유롭고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가를 실험한 것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작가가 말한 바대로 <<월든>>의 오두막집이나 여러 위인들의 작은 집들은 ‘초연함의 한 형태이자 가치의 전복, 즉 어떤 상징'이었다. 

 

타이니 하우스 운동(Tiny House Movement) 

이 책의 내용과 궤를 같이 하는 타이니 하우스 운동은 물질적 필요(생산)를 제한 줄이는 것이 자연 파괴를 늦추고, 우리가 노동시간에서 벗어나 웰빙과 휴식, 사회적 교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행복한 절제와 자발적 단순함을 찾아줄 것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한 운동이다. 

 

최근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었던 <<공산당 선언>>의 그것과 일치한다. 모든 것이 조화로운 삶 그리고 자유롭고 온전한 개인들의 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개 개인인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고서도 그 쳇바퀴에서 계속 달리겠다고 할 사람이 있을까?

 

<<피로사회>>에서 진단했듯, ‘보이지 않는 자본권력 아래에서 그림자를 추월해야 하는 가망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피로 사회의 자기착취자가 앓는 병’인 우울증이 정신적 감기처럼 흔해진 사회에서.

 

나와 어울리는 집에 살고 있나요?

살림들을 점점 줄여갈수록, 베네딕트 레지몽의 <<당신 집이 어떤지 말해주세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테니>>라는 책 제목같이, 누군가가 살고 있는 공간과 물건들은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그 무엇보다도 단호하게 설명해준다고 믿는다. 

 

집안을 둘러보면 흐뭇한 구석이 점점 늘고 있다면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나 불편한 물건이 있다면 그게 내가 지금 정리해야 할 숙제이고 : )

 

다시, 미니멀 라이프 

비우고, 밀도있는 나의 작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취향이 어떤지, 나는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인지...

 

내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물건을 비울 수 없다. 결정장애를 갖고 있어 물건을 버릴 때에도 버릴지 말지 고민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본인의 취향을 모르는 것이라고 나는 잘라 말할 수 있다. 

 

도미니크 로로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단순함의 본질을 관찰하고 남긴 에세이는 금세 주르륵 읽을 수 있었다. 말이 통하는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떤 느낌이랄까. 느낌 알잖아~

 

'자신의 능력보다 한 단계 낮춰 사는 사치’를 누릴 때 정점에 오른 존재의 미학과 진정한 윤택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는 정말이지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근심이나 소소한 염려가 없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하기에.

 

집을 지을 궁리를 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정착생활과 유목생활의 장담점을 적절히 보완할 수 있는 집을 궁리하는데, 요즘 손에 잡히는 책들이 이런 내용들이다보니 집의 크기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암튼 어찌저찌해도 소유물이 적어야 한다. 돌고 돌아 미니멀 라이프 : )

 

작가 도미니크 로로님을 소개합니다

전 세계에 ‘심플한 삶’ 열풍을 일으킨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이자 프랑스 수필가. 작가는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유럽, 남미를 두루 거쳐 일본의 정제된 미학에 매료되어 정착하여 살고 있다. 그녀는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의 생활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했고,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요가와 수묵화에 능통하고 자유, 아름다움, 조화를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공간과 물건을 덜 소유하면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풍요롭게 사는 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면서, 요 하나를 깔 정도의 공간만 있는 작은 집에서 평온한 삶을 누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심플하게 사는 것의 가치를 말하는 <<심플하게 산다>>와 적게 먹으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심플하게 산다 2: 소식의 즐거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