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정치적 중도층이신가요? <<1984 - 조지 오웰>>

소라언냐 2023. 12. 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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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by George Orwell (Eric Arthur Blair)

 

작가 조지 오웰님을 소개합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1903년 인도의 벵골 주 모티하리에서 영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영국으로 귀국하여 이튼 학교를 졸업했으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22년부터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했다. 그러나 식민체제와 제국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견디지 못하고 5년만에 경찰직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파리와 런던에서의 궁핍한 생활을 바탕으로 하여 데뷔작인 르포르타쥬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발표한다. 곧이어 미얀마에서의 경험을 소재로 첫 소설 <<버마 시절>>을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1936년 스페인 내란이 발발하자 공화파를 지지하며 의용군으로 참전하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자신의 작품 속에 본격적으로 사회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고자 한다. 영국 탄광촌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스페인 내란에서 체험을 기록한 <<카탈로니아 찬가>> 외에도 다수의 에세이와 평론을 통해 예리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다. 

 

1945년에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에 대한 정치 우화 <<동물 농장>>을 출간하여 큰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해 아내를 잃고 자신도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되어 요양과 입원을 거듭한다. 그 와중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항 1949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박탈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한 <<1984>>를 출간했다. 이듬해인 1950년 1월, 마흔 일곱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숨을 거둔다.

 

 

책 내용을 이야기 해볼까요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 영사(영국 사회주의)라는 체제하에 빅 브라더 1인 독재를 하고 있는 당.

 

빅 브라더는 당의 화신 또는 아이콘 같은 존재로 신처럼 완전 무결하며, 죽지 않는 존재로 당의 영원성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당의 표어는 모순처럼 들리지만 죄중단, 이중사고 등의 자기 검열에 익숙해지면 이 표어들이 말하는 것의 진의를 알게 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구속, 무지는 힘”

 

 

윈스턴 스미스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에는 건물마다 빅 브라더의 커다란 사진과 24/7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통해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진다. 동료와 가족이 서로를 신고하고,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당원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과거를 끊임없이 날조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반역자 골드스타인을 내세워 사람들의 증오심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스트레스는 ‘2분 증오 시간'의 광분(윈스턴의 여자친구 줄리아는 쾌락을 위한 섹스는 금지된 곳에서의 성욕 분출 방법이라고 말한다)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까지 통제하는 나라다.

 

인간의 사유를 축소하기 위한 ‘신어' 개발이 끊임 없고, 오직 체제 유지만이 목적인 전쟁과 현실 상황에 맞도록 과거가 끊임없이 날조되는 곳.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상황은 북한 공산당 체계를 떠올리게 하고, 책이 출판되었을 즈음 반공사상이 하늘을 찌르던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나름 인구의 15% 안에 드는 당원 신분임에도 윈스턴의 생활은 피폐하다. 역겨운 향의 술, 싸구려 커피, 지저분한 공공주택, 정맥류성 궤양으로 고통 받지만 치료는 불가한 일상이 되어 버린 풍경.

 

어린 시절 어머니가 행방불명된, 그러나 그조차도 선명하지 않은 기억이 있는 윈스턴은 체제 순응자인체 살고 있으나, 마음속으로는 현 체제 이전이 막연히 좋았었던 것만 같은 느낌을 반복해서 받는다. 그러던 중 진리부에 소속된 본인의 작업 중 과거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한 증빙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데...

 

향수와도 같은 자신의 과거가 ‘인간성’이란 것이 살아 있던 때였다고 확신하게 된 그는 위험천만하지만 일기를 남기는 작업을 시작하며, 미래는 배운 것 없는 저 피지배계급인 무산계급에 있다고 믿는다.

 

 

후에 줄리아라는 당원과 사랑에 빠지게 되나 이 역시 가족관계를 장려하지 않는 당에서는 금지된 일이다. 두 사람은 각각의 체험에서 찾아낸 당의 부패에 대해 나누고, 체제를 전복해야만 미래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며 저항하기 시작한다.

 

결국 두 사람은 오브라이언을 만나 정체불명의 골드스타인의 ‘형제단’에 가입하여 체제 전복을 위한 공작 작업에 충성을 맹세한다. 안가에서 줄리아와 함께 형제단의 금서를 읽다 액자 뒤 숨겨져있던 텔레스크린으로 현장 검거 당한 둘.

 

 

이 부분부터 소름이 끼친다. 안가를 빌려준 채링턴씨는 변장한 사상경찰 오브라이언이었고,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잡기 위해 7년이라는 시간을 연기한 것이다. 물론 골드스타인이라는 인물도, 형제단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조직.

 

오브라이언은 고문자이면서 동시에 보호자 같은 이중적인 모습과 막강한 체제 논리로 윈스턴을 고문, 세뇌한다. 당의 표어처럼 말이 되지 않는 것도 체제의 이중사고, 죄중단 같은 사고체계 하에서 그의 논리는 어느 것 하나 모순되지 않는다.

 

그는 이 사고 체계의 달인이며 기획자로, 윈스턴의 인간으로서의 사유를 무력화한다. 그는 고문 당하는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투명하게 알 수 있으므로 거짓으로 속마음을 감추기란 불가능하다.

 

마침내 이단자들을 빅 브라더에 대한 이해, 복종을 넘어서서 ‘사랑'하는 단계로 만들어 자신의 이단 행위를 진심으로 참회하고 흰 눈처럼 깨끗한 상태로 되었을 때 총살해, 대중을 흥분케하는 순교자의 이미지가 하나도 남지 않도록 함으로써 체제를 안정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감옥에서 오브라이언이 한 말 중 서늘했던 것은 상, 중, 하의 (그 이름이 무어라 불렸더라도) 계급과 계급투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거였다. 상층은 그들의 위치를 영원히 지속하고 싶어하고, 중층은 상층과 위치를 바꾸고 싶으며, 하층은 상층이 누가 되더라도 지배자의 이름만 바뀔 뿐 자신들의 고달픈 일상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권력투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중층은 자리를 바꾸기 위해 하층에게도 매력적인 제안을 해 그들을 포섭해 자리를 바꾸지만 바꾼 이후에는 또 똑같은 계급투쟁이 이루어지며, 하층은 바뀐 상층을 위해 체제 유지를 위한 고달픈 생계를 또 이어나간다는 사실. 

 

윈스턴은 모진 고문과 세뇌를 받은 끝에 연인마저 배반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고, 조용히 총살형을 기다린다.

 

 

'나는 좌도 우도 아닌 중도층이야'

정치의 ‘중도층’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은 뭔가 양끝단에 치우치지 않으며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표심처럼 표현되곤 한다. 선거철이 되면 그야말로 그 중도층의 합리성(?)을 추켜세우며 그들의 표심 잡기에 들이는 공은 눈물 겨울 정도. 중도층은 정말 좌와 우로 추가 기울어진 사람들에 비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에 중도층인가.

 

오브라인언의 말과 같이 이는 여전히 기득권 위치를 고수하고자 하는 제 1당과 이를 전복시키고 싶은 제 2당의 하층 포섭을 위한 그룹화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뚜렷히 보인다.

 

오브라이언은 무산계급에게는 희망이 없고 그들은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회 전체, 학문, 예술 분야 그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계급 투쟁. 이를 읽어내는 눈을 가지지 않는다면, 나만의 판단 근거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저항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체 게바라 프린트 티셔츠를 생각없이 사 입는 우매한 피지배 계급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