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사랑 그 자체가 되어 예술 경지의 삶을 누려라 <<사는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소라언냐 2024. 2. 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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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부제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by 박찬국

 

 

어쩌면! 니체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니체의 책들 중 처음 접했던 건 제목이 익숙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는데, 정말 뭣도 모를 때 읽었던 거라 몇장도 채 못 읽고 치웠던 기억이 있다. 몇 달 전에도 다시 읽었는데 또 포기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책은 니체 철학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된 상태에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제목 좀 들어봤다고 그의 책들 중 끝판왕과 같은 책을 젤 먼저 읽었으니. 허허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를 읽었을 때에는 어쩌면! 내가 니체 철학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찬찬히, 본인의 성장기, 인생의 경험을 거쳐 얻게 된 이해를 후배에게 전달해주는 듯한 작가의 글에서 내가 좋아하는 채사장이 언뜻언뜻 보였달까?

과학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자면 생물학이 유전자를 발견하기 전까지 우리는 유전자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철학은 우리가 이미 삶 속에서 체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개념화해서 우리 눈앞에 보여줍니다.

 

 

목차들이 주옥같아요

책에는 니체 철학에서 답을 구하는 삶의 질문 열가지를 챕터로 나누어 씌였는데, 모든 질문들이 한번쯤은 가져봤음직한 내용들이었다. 니체의 아포리즘 같은 목차의 문답들이 깊이 깊이 공감이 되어 남긴다.

 

-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 편안함만을 바라는 사람에게 행복은 오지 않는다.
-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 의미를 찾지 않을 때 의미있는 삶이 된다.
-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 / 위험하게 사는 것 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 고귀한 인간은 자신의 적을 필요로 한다.
- 신을 믿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걸까? / 당신을 위한 신은 어디에도 없다.
- 신념은 꼭 필요한 걸까? / 신념은 삶을 짓누르는 짐이다.
- 왜 인생이 자꾸만 허무하게 느껴질까? /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다.
- 죽는다는 것은 두렵기만 한 일일까? /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 너만의 꽃을 피워라.
-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자신의 성격에 스타일을 부여하라.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게 남은 니체의 당부는 하나다.

 

네가 믿고 있는,
세상이 네게 믿으라 권하는 그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을 유예하고,
통찰력을 가지고 합리적인 의심을 해라.

그리하여 그 어디에도 발목 잡히지 않은 주도적인 자유인으로서,
세상을 창조하는 예술의 경지의 삶을 누려라.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니체하면 떠오르는 문장 - ‘신은 죽었다’. 기존의 이성주의 철학을, 특히나 당시 제도화되고 기득권이 된 기독교의 교리도 산산히 부수었기에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도 불린다.

 

언뜻 불교 철학을 이야기하는가 싶지만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부처도, 예수도 여성화 되었다며… 나쁜 오빠 또는 모두까기의 달인이라 불러야겠다. 독어를 모르는 나지만 해설서만 읽어도 그의 문체는 상당히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글체이리라 상상된다. 왜 아니겠는가 서양철학의 근간이 건덩건덩해지는, 아! 소리 못할 철학 논리를 편 글이니.

 

‘신은 죽었다’라고 단언한 그의 패기에 반해 니체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써놓은 말을 읽는 것은 쉽지만 당장 눈 돌려보면 항상 두렵기 짝이 없었던 나의 기독교 종교관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그의 적확한 논리와 비판에 그 얼마나 시원했던가. 항상 거룩한 노예의 삶을 강권했던 ‘제도화된 기독교 교리’. 어딘가 그 끝이 맞지 않는 듯한 설교 내용과 한쪽 눈은 감고 가는 듯한 교회 조직들. 그야말로 어렴풋이 이건 아닌데 했던 나의 촉을 니체가 망치로 때려줬다. 응 그건 아니야.

 

 

왜 자살은 아니어야 하는가

삶의 종지부가 되는 죽음도 왜 자살은 아니어야 하는가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한다. 왜 내 손으로 내 삶을 정리하는 것을 금하는가. 누가 무엇 때문에 막는 것인가. 죽음은 수동적으로 닥치는 것이라 세뇌되어 있어 논할 의미 없고, 그래서 아무런 준비 없이 닥친 ‘너의 죽음'은 그리 슬픈게 아닐까?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의 남편 스캇의 죽음이 이 책에도 인용되었듯이 내가 내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명료한 의식을 지닌 채,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어나고자하는 마지막이 통용되는 사회라면 그것은 사회에 난폭하지도, 남은 가족들에게 주홍글씨가 되지도 않는, 나도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 될 거라 확신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책을 읽는 동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같이 보게됐다. 지인들이 이 드라마 꽤 괜찮다고들 추천했지만 한 번 시작하면 폐인되기는 식은 죽 먹기인 나인지라 정중히 물러두고 있었다. 우연히 튼 TV에서 11회를 방영하고 있었는데 대사가 이게 뭐지? 싶었다. 신인데… 신에게 왜 학업, 이성, 취업을 기도하느냐는 여주인공 미정이의 대사.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사랑을 한 게 아니었구나, 나는 사랑을 잘못 배웠구나 싶은 뜨끔한 대사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술에 찌들어 사는 호빠 출신의 알코홀릭이 왜 술을 마셔야 하는지 진심으로 그를 이해한다고, 이제는 환청까지 들리는 남자친구 구씨에게 술을 사가는 미정이. 미정이는 구씨를 성역으로 지정하고 아무런 비판없이 그저 추앙하겠다고 했다.

 

밀당을 권하는 연애 고수들에게 기정이도 말한다. 밀당 그거 괴로운 거 아니냐고. 보고 싶은데 오늘 보자면 오늘 보면 되지 왜 며칠 뒤로 잡아야 하느냐고. 사랑이라는 탈을 쓴 두려움이다. 헌신하면 헌신짝 되는 거라고.

 

극중 해방클럽의 모토가 니체의 당부와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판단유예. 세상이 하는 말에 곧이 곧대로 길들여지지 말고 의심해 볼 것. 그리하여 남들 눈의 노예로 살지 말고, 그대 자신이 아이처럼 되어 두려움 없이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을 창조하며 사랑 그 자체로 살라는 메시지.

 

 

어려울 수 있는 책을 읽는 동안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를 같이 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치 글로 읽은 니체의 메시지를 현실의 예시로 본 듯 말이다. 150년도 더 전에 와서 그의 용감한 글을 남겨준 니체와, 내가 알아듣기 쉽게 풀어준 이 책의 저자 그리고 박해영 드라마 작가에게 감사하다.

 

 

작가 박찬국님을 소개합니다

저자 박찬국에 대한 소개는 아래와 같다.

 

니체의 책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주어 입문에 큰 도움을 받은 지라 다른 책들의 해설서도 찾아 읽고 싶다. 서양철학과 불교, 유교, 원효 사상 등을 비교했다는 그의 연구 내용도 궁금하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다.

 

2011년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로 제5회 ‘청송학술상’, 2014년 『니체와 불교』로 제5회 ‘원효학술상’, 2015년 『내재적 목적론』으로 제6회 ‘운제철학상’, 2016년 논문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로 제6회 ‘반야학술상’을 받았다. 이 책의 초판본인 『초인수업』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대만과 홍콩, 마카오에서 출간되었다.

 

저서로는 위의 책들 외에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그대 자신이 되어라. 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현대철학의 거장들』,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읽기』,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강독』, 『니체와 하이데거』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는 『니체 1, 2』, 『근본개념들』, 『아침놀』, 『비극의 탄생』, 『안티크리스트』, 『우상의 황혼』, 『상징형식의 철학 1, 2』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