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일상

여지껏 봄의 시작은 새싹인 줄 알았다

소라언냐 2024. 2. 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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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Gary F. @Unsplash

 

 

알람 받아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이 계세요.

명랑하고 예리한 필체와 못지않은 귀여운 그림체로 구독을 부채질하시는... ㅎㅎㅎ

 

 

가까이에서 볼 때는 몰랐다.

등산 중에 만난 나무들은
초록잎 하나 없이 헐벗어

여전히 계절은 겨울의 끝자락인 듯 보였다.

 

하지만 밑에서 올려다 본 산은

메마른 가지가 그대로 드러났던

한겨울의 뾰족함과 다르게 보송보송했다.

 

마르고 거칠어 보였던 산을

새끼고양이처럼 솜털 보송보송하게 만든 것은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 덕분이었다.

 

가을에 열매를 맺기 위해
봄에 꽃이 먼저 피어야 하고,

꽃이 피기 전에 새싹이 먼저 나온다.

 

지금껏 어리고 푸른 잎이 봄을 여는 줄만 알았다.

알고보니 잔가지가 봄의 시작이었다.

봄이 오고 있다.

- 뽀닥 @Brunch

 

 

며칠 전 아침에 알림으로 받은 글의 내용은 무릎을 탁 치게 하더군요.

 

봄 꽃들이 피려고 산이 희끗희끗한갑다~하고 매화꽃만 반가워라했는데...

이런 관찰력이라뇨!

 

잔가지들이 레이스처럼 예쁘게 나있었어요

 

집근처를 산책하며 나무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앙상했던 가지에 정말 솜털같이 잔가지들이 빼곡하네요 :D

 

비온 후 물기를 한가득 머금은 봄산의 나무들이

바야흐로 새순을 터뜨리기 직전인 것만 같은

한 긴장감도 설레임도 있는 순간.

 

이걸 여태 몰랐다니...

 

 

호프 자런의 <<랩 걸>>에 나무가 계절을 나는 방법을 읽고 또 한 번 감동했어요.

나무는 한 자리에 서서 계절을 여행한다. 모든 유기체가 그렇듯 나무도 물을 품고 있다. 물이 얼어 팽창하면 세포가 터진다. 죽지 않으려면 겨울 여행을 잘 해야 한다. 동물은 세포에서 당을 태워 열을 내지만 식물은 다른 방법으로 추위를 견딘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에 보내던 수분과 영양분을 끊는다. 그래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선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에 나무는 둥치와 가지의 세포에서 물을 내보내고 당과 단백질 같은 영양분만 남겨 세포 내부를 시럽 상태로 만든다. 세포 사이 공간에는 물이 있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원자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순수해서 섭씨 영하 40도까지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서리와 진눈깨비와 눈보라와 혹한을 견디고 나서 봄의 징후를 포착하면 나무는 물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새 잎을 틔우고 광합성을 재개한다.

 

 

봄 산, 나무마다 싱그러운 초록잎을 만났을 때

왜 그렇게 기뻤는지 이제 알겠어요.

 

기온이 올라가니 흙 속의 물을 빨아올려

앙상했던 가지 끝까지 열심히 물을 대어

광합성을 하고 있는 나무가 연상돼 기특한 느낌이예요.

 

너, 참 열일중이구나 : )

 

 

이제는 잔가지들이 나오면 봄이 오는구나 해야겠어요. ㅎㅎ

봄산에는 잔가지들이 흐드러졌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