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관계를 통한 자기 변화 <<사람을 안다는 것 - 데이빗 브룩스>>

소라언냐 2024. 6. 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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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How to know a person)

 

by David Brooks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데이빗 브룩스는 모르는 작가였지만 그의 전작 <<보보스>>와 <<소셜 애니멀>> 책 제목이 익숙했다. 나만 몰랐던 베스트 셀러 작가였던가 보다.

 

지난 모임의 책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로 독서 모임을 마친 후 타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던 장자의 가르침을 마음에 두고 읽자면 더욱 와닿게 읽히리라 기대하며 고른 책이다.



작가 David Brooks님을 소개합니다

현재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이자 '뉴스위크'의 객원 편집위원이며,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의 논설위원으로서 짐 레러(Jim Lehrer)와 함께 ‘뉴스아워’를 진행하고 있다. 

 

브룩스는 1983년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후 '시카고 트리뷴'과 '선 타임스'의 공동 소유 통신사인 '시티 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며 유럽 특파원을 역임했다.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유려한 문체로 명성을 얻으며,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 '뉴 리퍼블릭', '코멘터리' 등 유수의 신문과 잡지들에 기고했다.

 

1995년 8월 '위클리 스탠더드' 창간팀에 합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1996년 '퇴보와 향상: 신보수주의의 문서(Backward and Upward: The New Conservative Writing)'를 펴냈다. 객원편집위원이자 NPR의 ‘뉴스분석All Things Considered’과 PBS의 ‘짐 레러의 뉴스아워The NewsHour with Jim Lehrer’에 시사해설자로 출연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는 기존의 엘리트 계층이 관습·제도·가문 등 외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아 성공한 것과는 달리,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공 신화를 이룬 신흥 엘리트 계층인 '보보스'의 출현을 알린 수작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대표 저작으로 내면의 결함을 딛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탐구한 《인간의 품격》을 비롯해 《소셜 애니멀》 《보보스》 등이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제목의 책들에 끌리는 걸까

<<사람을 안다는 것>>이란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니 나는 왜 이런 인간 관계를 말하는 책들이 궁금한걸까. 읽는 내내 ‘작가가 말한 대로 실천하면 정말 타인에게 닿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은 계속 든다. 그리고 그런 지난한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이유도. 

 

채사장의 책들을 읽으면서야 알게 됐던 세계관. ‘세계’는 언제나 ‘자아의 세계’이다. 객관적이고 독립된 세계는 내게 결코 드러나지 않고, 나는 내가 해석한 주관적 세계에 갇혀 산다. 이 책에서도, 또 여러 책들을 읽어갈 수록 이 점이 점점 분명해지는데, 그렇다면 타인은 닿을 수 없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아니 존재하는지 여부도 확실히 말할 수 없는 불가지론자가 돼버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이런 류(?)의 책 제목을 보면 궁금한 나. ㅎㅎㅎ 

점점 관계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시대. SNS를 통해 연결돼있다고 착각하지만 이는 우리를 점점 외롭게 만들 뿐이다. 모바일의 전원을 끄는 순간 사라지는 관계. 작가 역시 내 앞의 타인과 소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격려하고픈 마음이었던 걸까. 



강신주 작가가 짚었던 장자의 한계점

장자 역시 타인과의 소통을 무척 강조했었는데, 한계점으로 지적된 것은 그럴 경우 인칭적/비인칭적 타자를 대하는 임시적 자아는 수동적이 된다는 점이었다. 

 

책 내용 중에도 한국의 ‘눈치'에 대해 인용한 부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눈치가 작가가 긍정적으로 내세우는 일루미네이터의 자질 중 하나라면 그건 좀 의아하다. 언뜻 people pleaser라 느껴져서.



‘관심의 철학자' 시몬 베유가 생각나는 책이예요

작가는 사회적 기술이 중요한 이유, 즉 다른 사람을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으면 인생에서 중요하고 큰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정신적으로도 누군가를 제대로 잘 바라보는 것은 아주 강력한 창의적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투사로 지각하는 나는 내가 ‘바라보는' 타인 안의 잠재력을 일으켜 세웠을 때 역으로 내 안의 힘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또한 소통 부재의 결과로 나타나는 국가적인 거대한 균열을 복구하기 위해서도 소통을 위한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을 여는 일은 충만하고, 친절하고, 현명한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이로써는 충분치 않고 우리에게는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책의 전 내용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사회적 기술을 알려주는데, 사실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워보인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온통 쏟는다면 나는 곧 소진될 것만 같은 느낌. 

 

이러한 이유로 시몬 베유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본성을 거스르는 노력을 해야만 가능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라고 했으리라.



소통이 불가능함에도 소통하려는 노력

타인과의 소통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임에도 닿으려 애쓰는 일이라 생각된다. 한 우주와 다른 우주가 충돌하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저러한 사회적 기술을 연마해 기어이 닿으려 노력한다. 이는 우리의 본성이 사랑이고, 분리 없는 하나였던 본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반영이 아닐까.

이 모든 다양한 기술은 단 하나의 기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을 깊이 바라봄으로써 그 사람이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능력. 즉 누군가를 정확하게 앎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며,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또 당신 자신에게 주는 궁극적인 선물이다.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

이러한 소통을 위한 기술들을 닦는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어느덧 상대의 현재 상황도 읽을 수 있고, 그에 맞는 ‘커다란 질문'도 던질 수 있으며, 능동적으로 대꾸할 수 있는, 작가가 말한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말한 좋은 대화를 위한 열가지 기술은 결과에 닿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소통하는 수준에서는 대화의 상대나 주제에 걸림이 없을 것이므로. 그런 변화가 신영복 선생이 언급했던 노마디즘이라 여겨진다.

바람직한 사람은 인내심과 분별력있는 시선으로 모든 사람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또 자기중심적인 마음에 저항하고 편견을 극복하려고 애씀으로써 타인을 더 깊고 큰 분별력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이타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려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관심은 사소한 행위의 누적으로 점차 위대해진다.



이 한 권의 책 내용을 한 문단으로 정리한, 신영복 선생의 글로 서평을 마친다.

존재는 고립된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에서 비로소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바꾸어 말한다면 정체성이란 내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입니다. 정체성은 본질에 있어서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 생성(being)입니다. 관계의 조직은 존재를 생성으로 탄생시키기 위한 창조적 실천입니다.

 

 

사족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나 이 책의 내용 모두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변화하고, 관계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하지만 이 책... 무척 진도 나가기가 어려웠다 -.-

 

독서모임을 하면서 왜 우리 모두 이 책을 읽는 것에 챌린지를 느꼈는지는 곰곰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나만 어려웠던 거 아니었어. ㅎㅎㅎ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 인생의 바닥으로부터 길어올린, 본인의 지난한 체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자신의 언어로 씌여진 글이라면, <<사람을 안다는 것>>은 데이빗 브룩스의 화려한 작가 프로필에서 볼 수 있듯 다 가진 사람이 쓴 책이 그 후광으로 베스트 셀러가 된 거 같다는 느낌이다. 책에 예시로 든 에피소드들도 본인이 겪은 경험담들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내용이라 뭔가 깊은 울림이 없었던 글. 



남기고 싶은 문장들

삶의 질은 우리가 세상에 투사하는 관심의 질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구성주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되었던 뇌 연구로 뒷받침되는 개념으로, 사람이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음을 설명한다. 사람은 저마다 현실에 대한 자기만의 인식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객관적인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 현실에 오로지 주관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리학에서 루핑 looping이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상대가 방금 한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 말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 귀로 듣고서야 비로소 진실을 깨닫는다.

 

작은 질문만 식탁에 올리면 즐거운 식사 자리가 되지만, 누군가가 커다란 질문을 식탁에 올리면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 자리가 된다.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는 Francis Fukuyama가 ‘자발적인 사회성'이라고 지칭한 덕목을 지닌다. 이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협력하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이런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고, 사회는 무너지고 쪼개지게 된다.

 

모든 대화에서는 참여자들 사이에 일종의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

 

권력 구조의 사다리에서 당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당신보다 상황을 더 잘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사람들은 개인의 정신적 경험을 세상에 투사한다. 그럼으로써 자기의 감각기관과 개인사, 목표, 기대치에 의해서 특정한 지각이 형성되었음을 망각한 채, 자기의 정신적 경험을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이라 착각한다.

 

어려운 대화란 개인적인 차이 및 권력 불평등을 초월해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뜻한다. … 어려운 대화를 어렵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다. 자기와는 인생 경험이 전혀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수동 공격은 감정의 조작, 즉 죄책감과 애정을 추출하는 미묘한 권력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화가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것이라면, 배려는 자기 경험에서 벗어나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서 세상 경험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신경성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들은 특정한 감정이 악순환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래서 위협과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포착하고, 모호한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며, 부정적인 경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이런 노출 때문에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는 믿음을 강하게 지닌다. 그리하여 갖가지 위협을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된다. 이들은 보통 불확실성을 불편하게 느낀다. 모르는 악마보다 아는 악마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성격은 드러난다. 이는 성격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그 문제를 만들어낸 의시과 똑같은 의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정체성 정치 identity politics(종교, 인종, 성별, 성 정체성, 성 지향성, 생물 다양성 등의 정파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 세력을 구성하고, 해당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이익과 관점을 집중적으로 대변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 - 옮긴이)의 세상에서는, 사람들을 ‘흑인-백인' ‘동성애자-이성애자' 공화당 지지자 - 민주당 지지자' 등으로 나누면서 신의 범주를 끊임없이 자기만의 범주로 줄여나간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고 그를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으로 바라보지 않는 가장 빠른 길이다.

 

어떤 외교관은 식민주의나 독재 정치가 있던 곳에서 자랐기에 그들의 눈에 규칙은 비논리적이거나 부도덕했고, 따라서 규칙을 어기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었다. 두 집단에 속한 각 사람들은 자기 조상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나름의 합리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본 것이다.

 

따라서 동양인은 개인의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전후 사정이나 맥락을 파악해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능하다. 즉 동양인에게는 자기가 바라보는 사람이 놓여있는 특정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종류의 일반화를 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서양 사람을 모두 ‘개인주의'라고 불리는 상자에 담고, 동양 사람을 모두 ‘집단주의'라는 상자에 담을 수는 없지만, 각 공동체에서 나타나는 행동의 평균치는 분명히 다르다. 일반화를 추구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일반화를 꿰뚫어 봐야 한다.

 

당신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살아간다. 당신은 작은 시간 조각 속에서 살지만, 그 시간 조각은 당신만의 인생이 아니고, 당신과 동시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인생이 합쳐진 것이다. … 당신이라는 존재는 역사의 한 표현이다. - 소설가 로버트 펜 워런



새로 알게 된 어휘

* Beholding 바라보기

 

* Dog whistle: 사람에겐 들리지 않지만 개가 듣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초음파를 내는 도구로, 정치학에서는 특정 지지 그룹의 호응을 얻기 위해 암시적 언어를 사용하는 일을 말한다.

 

*디미니셔 Diminisher: 제 능력을 믿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사람. 디미니셔는 한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 즉, 디미니셔는 타인을 친구가 될 사람이 아니라 이용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  

 

* 일루미네이터 Illuminator: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둔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을 따로 훈련 받았거나 스스로 깨우친 사람들이다.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언제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관심의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그들이 자기 자신을 더 크고 더 깊고 더 존중받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

 

* 빅 파이브 성격적 특성(Big Five personality)

우리가 흔히 혈액형이나 MBTI 타입을 묻는 것에 반기를 들며 상대방의 에너지를 읽는 방법으로 빅 파이브 성격적 특성-외향성, 성실성, 신경성, 친화성, 개방성-을 한 챕터를 할애해 설명한다.

외향성이나 성실성 등의 구분을 보자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전형적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각각의 구분이 치우칠 경우 제각각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성실성 점수가 높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잘 느낀다는 점. 그리고 특히 신경성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왜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걱정할 일이 생기는 악순환이 생기는지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