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내 공간을 주도적으로 컨트롤하는 즐거움 <<정리의 힘 - 곤도 마리에>>

소라언냐 2023. 6.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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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힘 - 곤도 마리에 (홍성민 옮김)

 

한줄평

책장은 쉬이 넘어가지만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원치 않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실천하지 않고는 잠도 오지 않는, 극 실천적이며, 활용도 100%인, 궁극의 정리 권장 뽐뿌책 되겠다. 



작가 곤도 마리에를 소개합니다

작가이며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Marie Kondo)는 온라인에서 곤마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정리’의 아이콘으로 TED 강연, 캡슐 옷장 그리고 333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인용되면서 전 세계적인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 열풍의 중심에도 서있다.

 

책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려서부터 정리, 수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해 자기만의 정리 방법을 고안해내었고, 마침내 전 세계의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데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역시 크게 될 사람은 어릴 때부터 싹이 다른 것인가.

 

하지만 오해하지 맙시다. 그녀는 정리 컨설턴트이지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설레이지 않으면 다 버리고 설레는 물건들 만으로 주위를 채우라는, 물건에 설레시는 분임을 분명히 합니다. 사실 곤도 마리에가 판매하는 물건들을 구경하자면 미니멀리스트들 뜨악시렵게 할 만한 물건들도 많다. ㅎㅎ

 

 

책 내용을 소개할까요

여러가지 실질적인 정리 팁들이 많았지만 머리에 남는 첫번째 메시지는 수납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 수납과 정리는 엄연히 다르며, 수납이 쉬운 용기나 가구에 넣어 정리할 경우 물건을 눈에 띄지 않게 감출 뿐 종국에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맞지. 물리적으로 개수가 적어져야 간단해지는 것 아닌가. 그대로 다 가지고 있으면서 쾌적하게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치에 맞기나 한가? 간단히 생각해봐도 맞는 얘기를 왜 그토록 반복했던지. 왜 정리를 해도 쉬이 어지러워지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 리바운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붙잡고 고민했다는 것이 곤마리와 나의 큰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물건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곤마리의 자세다. 정리의 힘을 마침 다 읽었기에 독서모임에서 거론 되었던 책들의 중 하나인 ‘돈의 속성' 서평을 찾아 읽어보았다. 나는 돈의 속성이라길래 화폐의 숨겨진 속성을 이야기해주는 건가 짐작했는데 이 또한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쪼록 물건을 비롯한 모두에게 친절하겠습니다. 친절은 저의 종교니까요.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고, 개인의 성향 쯤으로만 취급 되던 정리. 그 자발적으로 비우는 삶의 자세. 결혼을 한 후부터 ‘내 살림’이란 걸 곤마리처럼 인격적으로 대하면서 가꾸고, 공들이고, 현명하게 절제하며 가꿔왔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그저 살림은 둘 다 풀타임으로 일할 때는 누군가 시간되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집에서 일하면서 부터는 집에서 일한다고 살림도 다 내 차지가 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애썼던 것을 고백한다. 마치 살림을 다 떠맡으면 왠지 낙오가 될 것만 같이 불안했기에. 

 

이젠 안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수입으로 연결되는 일을 해야 더 폼나고 인정받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하지만 곤도 마리에를 보라. 그렇게 인정받지도, 수입으로 평가되지도 않는, 매일의 일상을 꾸리는 일을 그녀처럼 착실히 꿰면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어마어마한 삶의 지혜가 되는 것인데...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로 이어지다 

몇 년 전쯤엔가 Joshua와 Ryan의 The Minimalists 블로그를 읽으면서 그 남자 둘 각각의 간소하고 품위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나름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보면서 내 살림을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내 아끼는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고, 빈 곳만 채워주면 돌아가는 살림. 하나씩 하나씩 그간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던 부분들이 자리를 잡아 가는 것을 보는 뿌듯함. 정리의 기본인 버리기를 하고 나서 홀가분하고 단정한 주위 환경이 주는 감동을 받고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히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로 관심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조차도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므로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호주에서 COVID-19를 겪으면서 패닉 바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쟁이고 사시는 울 엄마 살림으로 생각이 이어졌던 것 같다. 돈이 없으신 것도 아닌데 왜 저럴까 잔소리도 했었는데 -지금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해하려고 조금만 생각해 보니 그 무섭다는 전쟁을 겪으셨고, 일도 하시면서 여섯 식구 살림도 끌어오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싶다. 

 

절대 빈곤을 겪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잔소리를 시전하는 치기라니. 태어나보니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우리 세대가 돈만 주면 언제라도 쉽게 물건을 살 수 있으니 가벼운 살림에 홀가분함을 느끼는 반면 무엇하나 변변한게 없던 시절을 겪어 본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대하는 마음 자세 자체가 다를테다. 아무리 엄마래도 엄마의 신념에 바탕한 살림 스타일이 있는 것이니 함부로 참견할 것이 아니라는 깊은 반성을 했다. 시답잖아 보이는 아이의 물건조차도 함부로 버리면 안되는데...

 

몇 년 전 저자의 책을 언뜻 서점에서 봤을 땐 제목이 ‘정리'의 힘이라길래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 좁은 공간에서도 구석구석 야무지게 수납하는 내공을 책으로 냈는가 보다 짐작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엔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삶을 깊게 통찰하는 현자들이 많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책으로 이런 귀한 생각을 정갈히 ‘정리’해 전달해 준 곤마리에게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