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는 이렇게 배워야 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채사장>>

소라언냐 2023. 6. 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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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 여행서 from 교보문고

 

 

왜 책을 읽으시나요?

글을 시작하면서 고백하자면 나는 책을 읽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왠지 교과서 외의 책을 취미나 재미로 읽는다는 건 딴짓 하는 거라 생각했기에.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지만, 암튼 그때 나는 그랬다. 면죄를 해주시오.

 

그랬던 내가 이젠 독서 모임까지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단단히 누리고 있다. 좀 더 어릴 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지만, 아쉬운 마음은 한편으로 치운다. 어차피 모든 일이 일어나는 것은 때가 있으니. 

 

책을 읽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누구와 만나더라도 ‘대화’라는 것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쉽게 외롭다고 느꼈고 그래서 누군가와 어울리면 또 쉽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왜 그런 만남의 윤회를 거듭했을까. 되돌아보건대 내 대화의 소재가 빈약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 없으니 할 말이 없고, 남의 얘기에 공명도 하지 못하니 번번이 돌아오는 길이 헛헛했을 수밖에. 내 탓이었다.

 

사람들과 만나면 입을 다물고 들으라는 조언을 쉽게 접한다. 나는 반댈세. 누구나 다 그렇게 입 다물고 있을 거면 왜 만나나효? 만남을 풍요롭게 하는 대화를 하면 되지 싶었다. 그러려면 책을 읽어 경험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70%를 알고 있을 때 가장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높다고 하지 않는가. 상대방이 어떤 대화의 소재를 꺼냈을 때 내가 얕게라도 알고 있다고 호응해주기만 해도 상대방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나머지도 내게 신나서 전해주었고, 나의 부족했던 30%를 채워주었던, 나 역시 그 대화를 통해 풍요로워졌던 경험들이 내게 증명한다.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원한다면 많은 경험이 우선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경험치를 넓히려면 책을 읽어 나의 컨텐츠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우선 여러 분야를 넓고 얕게 파 두자. 나머지는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도록.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채사장은 이런 채비를 두고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제목에 붙인 것 아닌가 싶다.

 

 

 

지은이 채사장을 소개합니다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 겸손하게 소개하는 지은이 채사장(필명)은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2, 0>> 시리즈로 지적인 대화를 위한 마지노선인 70%의 넓고 얕은 지식을, 구슬을 꿰듯 잘 정리해 진열해 두었다. 

 

나무위키에 나타난 그의 소개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철학 학사를 전공했으며, 육군 포병 장교 출신이다. 뭔가 동네 공부 잘하고 성실하다는 오빠 같은 프로필. 하지만 종교란을 보라. 무종교 티벳불교라고 되어 있다. 채사장 책들을 읽고 난 후에는 끄덕끄덕해질 종교다. 

 

시즌 1에서 끝난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메인 진행자였고, 유튜브에 <채사장 유니버스>를 운영했는데 소설 쓰느라 바빴는지 2021년 3월 이후 업로드가 안 되고 있다. 동 저자의 책으로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소마>>가 있다.

 

 

 

책 소개를 해볼까요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또는 <지대넓얕 - 현실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고등학교 교과목이었던 역사, 경제, 사회, 정치, 윤리에 관해 설명한다. 딱딱할 것 같다고요? 허허~ 아직 우리 채사장님과 거래 전이시군요. 그의 친절한 문체와 졸라맨(?)이 등장하는 삽화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던 그 주제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위의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놀라움이 있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후 생산물의 잉여가 촉발한 경제. 그 경제체계를 선택하기 위한 정치. 개인과 사회의 이익 충돌 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사회와 윤리. 이들을 각각의 교과목으로 나눠 암기만 했던 게 억울할 지경.

 

책은 세렝게티에 사는 인간의 말을 하는 사자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려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고 해도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채사장의 모든 책들을 관통하는 주제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 세계가 먼저 있었고, 그 후 내가 와서 살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그때의 내가 스스럼 없이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친절한 목소리로 안내해준다.

 

복잡한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깜깜했던 세계에 대한 이해의 불빛을 밝혀주기에 충분했고, 잊을만하면 나오는  반가운 중간 정리와 최종 정리 그리고 손 글씨 메모는 나의 기억과 이해를 돕기에 탁월했다. 

 

앞으로 읽어나갈 책의 방향을 잡기 위한, 나의 즐거운 지적 대화 놀이를 풍요롭게 해줄 놀이 안내서 같은, 진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책이라 해야겠다. 너무나 방대해 선뜻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을 법한 주제들에 대해 폭넓게, 그리고 너무 머리 아프지 않게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줘 인문학에 성공적으로 입문하게 해준 저자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왜! 유발 노아 하라리나 칼 세이건의 거시적인 안목만을 칭찬하는가. 우리에겐, 넓고 얕다지만, 채사장이 있다. 하하하 :D

 

 

 

기억에 남기고픈 문장들

개인적으로는 뼈 때려준 문장들을 많이 만난 지라 잊지 않기 위해 인용해 남긴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편협한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보는 방식이며, 개인의 세계관의 표현이다. 자신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는 말은 자신은 어떠한 세계관도 갖지 않는다는 말처럼 불가능한 이야기다.
...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는지 모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즉, 미디어의 편성 전반이 비정치적이라면 미디어의 내용이 아니라 형태로 보아 그건 정치적 제스쳐로 의심해 볼 만하다.
아무리 이상적인 개인을 찾아내었다 해도 이상적인 정치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상적인 정치라는 것이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란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선택하는 지에 대한 문제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완벽한 경제체제가 없는 한 완벽한 정치체제도 없다.
진정으로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면,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 절차가 준수되고 있는지, 위법 행위는 없는 지를 국가가 감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