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 - 폴리매스
작가 와카스 아메드를 소개합니다
‘떠오르는 청년 다빈치'라고 불리는 저자 Waqas Ahmed는 영국 태생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살며 성장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런던 대학에서 경제학, 런던 정치경제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현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신경과학 대학원 과정에서 만성통증 치료에 관한 다학문적 접근법을 연구중으로 그의 연구는 국제 통증 연구 협회에서 주관하는 세계 통증 회의에서 채택되어 발표되었다.
2011~2015년까지 영연방 정부회의의 공식보고서 에디터로 역임했고, 2017년에 발행한 메카를 전일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최초의 영어 잡지 〈홀리 메카〉의 에디터였다. 칼릴리 컬렉션 재단의 예술 감독이며, 이전에는 외교 분야 기자로 전 세계의 정부 관료, 기업인, 지식인들을 독점 인터뷰한 바 있다.
그는 전 세계 사람이 다방면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운동 ‘다빈치 네트워크’의 창립자이며 매년 폴리매스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저자 본인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전형적인 폴리매스 되겠다. 그는 ‘사람들이 필요한 행동에 나서도록 생각을 자극하는 도구가 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책 내용을 소개할까요
간만에 만난 방대한 양의 책이었다. 책을 읽는데 소요된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서평을 쓴다고 간략하게라도 다시 보지 않았다면 내용이 가물가물할 정도. 하지만 곰곰 복기해보면 그 방대한 이야기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관통하는 저자의 핵심 주장이 보인다. ‘인간 본성의 회복’과 현대 철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우주 안의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성의 세계관’.
나는 그가 인간 본성을 다시금 회복하자는 그만의 르네상스를 주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르네상스가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의 전환이었다면 와카스의 르네상스는 전문가, 파편적이고 소모적인 인간으로부터 전일적인 인간으로의 본성의 회귀이다.
그는 폴리매스, 호기심, 자기주도, 자급자족, 독학자, 자기신뢰, 용기, 통인 등의 여러 어휘를 사용하여 이야기하는데, 결론은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어 바로 ‘자주적인 삶’을 누리는, 즉 인간의 본향으로 돌아가자는 선각자의 애타는 설득으로 읽힌다. 폴리매스의 기질, 즉 다재다능함을 회복한다는 것은 과도한 의존성에서 탈피하는 것이고, 내가 파고 있는 자아의 깊은 우물에서 빠져나오는 진정한 자유를 찾는 일이니 말이다.
자신이 매진해야 하는 분야를 너무 이른 시기에, 단 하나만을 선택하는 결정을 강요받은 대로 충실히 따른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세상에는 기술 및 실용 지식 외에도 중요하고 흥미 있는 지식 세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세상은, 아니 우리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은 그런 것들은 먹고 사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고, 너의 전공 분야를 더 깊게 파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애정어린 목소리로 충고한다. 그렇게 눈과 귀를 닫고 한 우물을 충실히 파고 나면 이제 다시 우물 밖으로 빠져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는 일종의 노예제로서 우리는 무언의 굴레에 매여 있다'고 표현했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파트는 ‘다른 교육을 꿈꾼다' 였다. 저자는 현행 교육의 속성을 크게 두가지로 꼬집어 지적한다. 하나는 공장식 품질관리(표준화된 교과과정과 시험) 개념, 또 하나는 노동자로 합격 가능한 수준의 학생을 가능한 많이 졸업시키기 위한 목표로 학생들을 다룬다는 점.
이제 이런 체계에서 일반 교양과목은 대학입시 시험 과목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 밖에 없고, (우리가 <<지대넓얕 1>>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놀라운!) 각 과목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동하는지는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파편화된 교과목만으로, 기능적으로 배울 뿐이다.
일례로 나의 지인은 고등학교 때 시험 직전 과외를 받으면서 놀랐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험 일정은 주로 국영수 주요과목과 암기과목으로 짝지어 이루어지는데, 시험에 임박해 만나 일정표를 본 과외선생님은 그냥 암기과목은 버리고 국영수만 공부하라고. 그게 단위수가 높은 과목이기 때문에 같은 한 문제를 맞아도 암기과목의 3-5배의 점수를 더 배당받게 되어 내신이 더 올라가는 거라고. 이게 그 무서운 (사실 그래서 시키고 싶은) 과외빨이다. 어차피 공부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그런 숏컷을 알려주는 일타강사.
슬프게도 우리는 이미 전문화가 당연한 삶의 방향이 되어 버린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고한 자기 신념을 가질 자유를 가지고 있다. 아우타르케이아. 다른 이들의 원조 없이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자족할 것을 강조한다는 이 철학은 실제 나의 삶에서도 함의하는 바가 크겠다. 더불어 내면의 확고한 자기 신념과 외부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핵심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저자 와카스 아메드가 제시한 인간의 조건과 삶을 전방위로 탐사하는 과정을 고루 담은 ‘8가지 지식의 틀’ (즉, 자연, 사회, 정신, 육체, 생존, 노동, 자기표현, 초월성)은 앞으로 나의 독서 여정에도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누군가의 추천에만 의지하지 않는, 나만의 자기주도적인 독학을 위한 독서라니. 훌륭하다 훌륭해 하하.
‘살아있는 폴리매스들의 특징’을 읽을 때에는 이슬람의 ‘타우히드 (하나됨 혹은 통합)', 고대 중국의 철학적 개념 ‘통인', 시와 수학 사이의 유사성 등 그들이 말한 바를 되짚어 읽지 않아도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 ‘전일적 세계관'이 특징임을 볼 수 있었다.
남기고 싶은 문장들
저자는 전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우상이 되었는가에 대해 단호하고 공격적인 매너로 설명한다.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둔다.
경제학의 ‘보이지 않는 손'과 마찬가지로 전문가 시스템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자들이 이를 장려하고 유지하면서 이 미신은 생명력을 얻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필요성과는 별개로 특정 사회 체제와 이념하에서 (전문화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전문화 시스템을 강화하는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었다.
18세기 말에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지식의 전문화'가 시작되었다면, 19세기 말에는 세계 곳곳에서 ‘업무 혹은 직업의 전문화'가 시작되었다. 제국주의가 촉발한 정부 관료제와 산업화가 촉발한 회사제도. 서구 열강이 세계를 식민지배하면서 ‘분업' 시스템이 널리 전파되었다.
다시 말해 (복잡한 지식을 단순화하는 기존 방법론과 달리) 복잡하고 비구조적인 지식의 영역을 이해하려면 유연성 혹은 다방면의 재능이 필요하다. 정재계와 학계의 엘리트들은 유감스럽게도 평민을 무지한 상태에 붙잡아 둘 목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단순성과 복잡성 개념을 도구로 이용했다.
40 중반이 넘으면 인생이 꺾였음을 체감하는 나이라고 했던가. 점점 더 가급적 자연에 가깝고, 자급자족하는 삶에 이토록 끌리는 것도 실은 무의식의 내가 나의 마음의 본향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면서도 때때로 헛헛한 마음은 끝없이 파내려가도 그 끝은 닿을 수 없다는 것과 그 부질없음을 나도 모르는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 그리 파내려만 가다가는 우리는 영영 서로 만날 수 없으니. 요즘 손에 자주 잡히는 책들, 먹는 것, 쓰는 것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말대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폴리매스는 못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폴리-관심러는 돼야겠다. 매사 사색거리이니... 나, 독학생은 됐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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