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 님을 소개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 55-135년경). 소아시아 노예 출신이었지만 어떤 경로로 자유민이 되었고, 이후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리스에 철학 학교를 세웠다.
로마의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그와 친하게 교류했다고 하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명상록>>에서 그의 지혜를 인용하고는 했다. 정작 에픽테토스는 아무 저서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에게서 철학을 공부한 젊은 제자 아리아노스가 에픽테토스의 강의 내용을 필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어록>><<제요>>가 있다.
늘 곁에 함께 두고 쓸 물건이라면
미니멀하고 주도적으로 나의 생활을 바꾸려 노력하다 보니 이런저런 루트들을 통해 물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관심 있게 읽곤 했어요. 온라인 카페에서 얻게 되는 평범한 누군가들의 삶의 빛나는 인사이트들로부터 에세이, 과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내 곁에 늘 두고 생활하는 물건들에 대한 깊은 생각들과 지혜.
누군가는 곁에 두고 생활하는 물건들로부터 받게 되는 무의식의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다며 최소한의 소유를 주장했고, 누군가는 20분 이내에 2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면 집에 보관하지 않겠다는 공격적인 팁을, 또 누군가는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 조언했지요.
부분 부분 다 수긍이 가는 조언들이었지만 제게는 <<명상록>>을 읽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에픽테토스라는 철학자의 물건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무척이나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의 철학과 합일하는 물건을 대하는 태도.
“그(에픽테토스)는 행운이 그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기 위해 그에게 풍부하게 공급해 준 물건들을 아무런 주저없이 사용했지만, 과시하는 것이나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다. 있을 때에는 별 생각 없이 사용했고, 없을 때에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마침내 제 살림을 고르는 기준이 정해졌죠
에픽테토스 님의 물건을 대하는 자세 + 나와 함께 하는 살림들을 고르는 기준은, 두둥~
- 무척 실용적이고 튼튼해야 합니다
-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아야겠고
-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잘 해내는 멀티 플레이어면 더욱 좋고요
- 수명이 다해 버릴 때 민폐가 되지 않을 천연 소재에 가산점이 있어요
- 그럼에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외양을 갖추고 있을 것
까다롭다고요? 괜찮아요, 제 살림이니까요
인생을 여행 중이라 생각해 적게 가지고 생활하다 보니 잦은 이사도, 국제 이사도 부담스럽거나 번거롭지 않았어요. 적게 가진 살림으로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 살림하는 재미도 있고요. 내 공간 만큼은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무엇보다 여유 있는 공간이 집에서 일을 해도 쉼을 줍니다.
무언가 기준이 생겼을 때 치고 나갈 가속도가 붙는 것을 경험한지라 에픽테토스 님의 훌륭한 가이드라인을 전달 받아 저만의 기준을 세우고 나니 미니멀한 살림에 더욱 자신감이 생깁니다.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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