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호주에서 직관을 따라 이 곳, 여수로 이사했어요. (원래 순천이었던건 안비밀요 ㅎㅎ)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우리 부부는
이 소중한 장거리 국제 이사 찬쓰를 살려 살림을 더욱 줄여보자고 의견을 모았죠.
여수에 집을 구하고 살림들을 사다 나르기 시작합니다.
호주에서 쓰던 살림들은 거의 다 나누거나 팔고 온 덕분에 죄~ 다시 사다 날랐죠. 어디가 미니멀? 허허
공산품 쇼핑에 선택지가 간결했던 호주와 비교해 너무나 많은 옵션이 주어진 한국 온라인 쇼핑에 없던 결정장애가 생길 뻔 했어요.
한가지 한가지 살림들을 고를 때마다
같이 지내도 거슬리지 않을 소재로 만들어진 건지
오래 오래 쓸 수 있게 튼튼한지
수명을 다해 버릴 때 민폐 끼칠 소재는 아닌지
정말 꼭 필요한 건지...
정말 꼭 필요한 건지...
장바구니에 담아둔 채 몇번을 고심해 장만합니다.
무슨 청소기 종류가 이렇게 많지?
세탁기, 냉장고, 침대, 쇼파...
다 동거여부를 고심하게 만드는 아이템들이었지만
청소기! 얘는 달랐어요.
청소기를 사려고 써치하니 비스포크부터 기특하게 스스로 먼지통까지 비워주는
15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들이 촤르륵 나오더라구요.
하지만 제 아무리 비싼 청소기도 전기 충전을 해야 하며,
모터 소음과 타는 냄새가 나고,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청소기 자체를 바꾸는게 더 저렴하고,
먼지통 리필을 따로 구입해야하며,
흡입력을 맥스로 사용하면 집 청소를 한 번에 다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 (울 집 사이즈는 해당 사항 없어효 ㅎㅎ)
너는 내 운명
청소기를 쇼핑 리스트에 두고 순천 웃장 장날 구경을 갔다가 운명처럼 얘들을 만났어요.
참고로 뭔가 잘 안어울리는 듯한 조합이기는 하지만,
갈대 빗자루는 철.물.점.에서 판매합니다요. ㅋㅋㅋ
마음에 드는 건 비닐이 적게 사용된 가운데 제품이었지만
옆에서 깻잎이랑 상추, 호박들을 팔고 계신 할머님들이 제게 용도를 물으셨어요.
"방비로는 이 넘(세번째)이 좋아. 나머지는 싸리비여."
할머니 찬쓰로 제가 선택을 마치자 큰 소리로 철물점 사장님을 대신 불러주십니다.
"여기 장사가 누구여!?"
사장님은 쿨하게 3천원이랍니다.
옴마 이 가격 실환가용?
봉지 포장 따위 없이 빗자루를 둘러 메고 집으로 왔죠.
집에 와서 다시 봐도 비닐은 아닌거 같아
마끈을 가지고 감아봤어요. 끝부분 리본 디테일로 앞뒤를 구분해줍니다.
결과물 뿌듯하나 손가락은 매우 퓌곤함 주의.
사용 후기를 공유합니다
<< 장점 >>
- 작동시 일체 소음 없어 사용 시간대 고민 없슴 (조용하기 짝이 없어 비질을 하는 나도 덩달아 조신히 빗자루 명상 가능)
- 청소기 모터 타는 냄새 없슴
- 청소기의 네모난 헤드가 못들어 가던 구석 사각지대 엑세스가 용이
- 유연한 커브
- 천연 소재라 실내에 걸어 두어도 거슬림 없슴
- 매우 착한 가격
- 에너지 효율 0등급은 없나요?
- 사용하는 동안 전선에 걸리지 않고 배터리 잔량에 쪼이지 않아요.
<< 단점 >>
- 허리가 아파요 끄응~ 최대 단점!
- 아직 길들여지기 전이라 그런지 간혹 갈대가 빠져요
- 가벼운 스티로폼 조각들은 쓸어 모아도 바람 불면 날아가요
- 짝꿍 쓰레받이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글을 쓰는 현재 이 아이는 베란다 청소 담당으로 역할이 바뀌었어요.
3천원 청소기 맘에는 드는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제 미니멀 라이프 현자님께서 더 엄청난 청소 방법을 사사해주셨거든요.ㅎㅎㅎ
군 생활 때 익히셨던 바닥 청소법을 고집하시던 제 친정 아부지도 신박해하신 그 청소법!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여기에 알려도 될는 지...
현자님께 상의 좀 드려야겠구만요. 하하 :D
'에픽테토스적 살림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자렌지 없이 밥 촉촉하게 데우기 (10) | 2024.01.19 |
---|---|
우리 집 컵은 너로 정해써 (9) | 2023.12.07 |
작은 세탁기를 예찬하다 (0) | 2023.11.07 |
없으면 뭐 없는 대로 (4) | 2023.09.12 |
나의 에픽테토스적 살림살이 (2) | 2023.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