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DSPW 피부 타입의 고충을 정말 잘 알거든요"
저와 바우만 박사의 피부 타입도 DSPW
제 피부 타입은 DSPW입니다. 제가 여러 번 제 피부 타입을 강조하면서 쓴 글을 읽으시면서 '피부가 건강한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싶은 생각이 드셨다면... 어머 복 받으셨어요. 피부가 건강하고 무난하다는 반증이거든요. 피부가 건강하신 분들은 피부가 건조하고 민감해 겪는 어려움들을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20대까지만 해도 여드름 하나 잘 나지 않는 피부였기에 주근깨와 기미기가 좀 있기는 하지만 저는 제 피부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죠. 단, 모기에 물렸을 때는 제외하고요 (앞의 스키터 증후군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DSPW 피부 관리의 어려움
서른을 목전에 두고 호주로 이민을 했습니다. 17년을 지내는 사이 호주의 강렬한 햇빛은 제 피부 타입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고, 가속화했죠. 이민 초기에는 아직 젊었고 제 면역체계도 나름 튼튼했던 탓에 비치에서 시간을 보내도 그을릴 뿐 별다른 문제가 없었어요.
호주 이민 10년이면 천식이나 알러지를 얻는다고들 합니다. 한국과 달리 카펫 위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만큼 서서히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같아요. 집 바닥을 모두 마루로 교체한 후 천식과 알러지 증상이 사라졌다는 소식들을 꽤 여러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호흡기는 튼튼했던지 천식은 생기지 않았지만 햇빛에 예민한 광과민성(photosensitive) 피부를 얻게 되었죠.
제가 광과민성 피부라고 쓰고 있지만 정식으로 병원에 가서 이 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적은 없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증상은 햇빛에 노출이 되고 나면 (실내 볕이 좋은 창가에 앉아도 마찬가지였어요) 정확히 만 24-48 시간 이내에 입술의 cold sore (헤르페스) 바이러스 증상이 시작되면서 눈가가 짓무를 정도로 눈물이 계속 고이고, 귓가가 빨갛게 자극이 되면서 매우 가렵고 진물이 생깁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약 2-3일 간은 몸은 몹시 피곤하구요.
위의 차트를 참고해도 알 수 있듯 병원에 가면 모두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줬습니다. 피부과 병원 본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에 스테로이드 연고는 얼마나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처음엔 버틸 대로 버티다가 증상이 걷잡을 수 없어지면 사용했는데 그게 외려 더 많은 양의 연고를 사용하게 되는 것을 알고 나중엔 증상이 시작된다 싶으면 소량씩을 발라 미리 가라 앉히는 목적으로 사용했죠.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서 사용한들 사용기간이 길어지니 내성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한 두번 사용하면 가라앉던 증상이 이제는 계속 발라도 별 호전도 없고 귓가 피부는 항상 빨갛고 각질이 생겨 있었어요. 창피하고 막막했죠.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부는 점점 더 예민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건조해지기 시작했는데, 얼굴이 건조해서 아플 지경이라면 상상이 되실까요? 뭘 발라도 따갑고 20-30분 뒤엔 버석버석한 피부. 가려워도 손대면 거므스레 착색이 될 걸 아니 긁지도 못하고... 잠깐 산책이라도 다녀오면 여지없이 시작되어 최소 5일은 고생해야 하는 알러지 증상. 병원에 가면 듣지도 않는 스테로이드 연고만 처방 받는 악순환. 너무 막막했죠.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크고 넓은 인체 기관이라는 피부가 그러다보니 점점 예민하게 성격도 바뀌는 것 같았어요. 같이 비치에 가자는 약속, 점심 식사 후 가벼운 산책, 주말 트레킹 등 야외 활동이 전부 부담스러워졌거든요. 해 떨어지고서야 나갈 수 있었던 저녁 산책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건... 아시죠? 모기 스키터 증후군. 허허
"제가 당신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어요"
이제 DSPW 타입 피부가 관리가 힘든 피부라는 게 조금 이해가 되실까요. 어쩌면 저는 DSPW 스킨 타입 중에서도 나쁜 경우였었는지도 몰라요. 동병상련 처지였던 이의 공감. 닥터 바우만 역시 같은 피부 타입으로 제 심금을 울리는 글을 남겼더군요.
Your skin’s hyperreactivity is not your imagination. With one of the most distressing Skin Types, you find it difficult to care for properly. Though friends with easier types don’t understand, I can validate your experience. … It’s nearly impossible to find your way through the labyrinth of skin care products to the select few that work for your skin.
DSPWs often have eczema, also called atopic dermatitis, a skin condition in which dry skin becomes irritated, reddended, and inflamed before developing patches that itch and take a while to heal. … If allowed to persist, the condition is both physically uncomfortable and psychologically embarrassing, since it’s visible to others.
당신의 피부의 과잉 반응은 당신의 상상이 아닙니다. 가장 괴로운 피부 유형 중 하나로 인해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더 쉬운 유형의 피부 타입을 가진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당신의 경험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 피부 관리 제품의 미로를 지나 피부에 효과가 있는 엄선된, 소수의 제품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DSPW는 종종 아토피 피부염이라고도 불리는 습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건조한 피부가 가렵고 낫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위(아예 자리잡은 거므스레한 부위)가 생기기 전에 자극을 받고, 붉어지고, 염증이 생기는 피부 상태입니다. … 만약 증상이 지속 된다면, 그 상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불편하고 심리적으로도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p. 190, The Skin Type Solution (Revised and Updated). Bantam Books
네, DSPW 피부 타입의 고충은 제가 제대로 공감해 드릴게요. 그런 의미로 제 블로그 카테고리 이름 자체를 'DSPW 화장품 공부'라고 정했어요. 나의 타고난 피부. 아무리 관리가 어렵다한들 제가 평생 관리해야 하잖아요. 밑도 끝도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만 처방하는 병원도, 화장품 쓰고 효과 있었다는 블로거들의 후기들도 외려 증상만 악화되었을 뿐 다 제겐 맞지 않았거든요.
가렵고, 건조하고, 따갑고, 불편하고, 당황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내가 달래가며 관리해야 하는 제 피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관련 책들과 논문들을 찾아 읽었고, Diploma of Personal Care Formula 코스를 공부한 후 화장품과 세정제들을 직접 만들어 쓰면서 어디서부터가 문제였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바우만 박사의 표현으로 가장 관리가 어려운, 까다로운 피부 타입 DSPW. '일어난 일은 모두 좋은 일이다'라는 개인적인 믿음에 비추어 생각하자면 저는 관리가 어려운 피부를 가진 탓에 다른 분들의 에지간한 피부 고민들이 너무나 쉽게 이해 공감이 됩니다. 나름의 경험을 통한 처치법들도 알고 있구요. 바우만 박사 역시 이 피부 타입으로 고생했기에 16가지 피부 타입을 연구 개발할 수 있었다고 했죠. 저도 제 피부 타입 덕분에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얻은 소중한 결실들을 저처럼 피부 때문에 고민인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음 블로그부터 각각의 16가지 피부 타입별로 특징, 관리 방법, 피해야 하거나 적극적으로 찾아 쓰면 좋을 화장품 성분 등 자세한 설명을 드릴게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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