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관찰자와 판단중지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 앤디 퍼디컴>>

소라언냐 2023. 8. 29. 15:11
반응형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by Andy Puddicombe, 안진환 옮김



<<The headspace guide to meditation and mindfulness>>

 

 

작가 Andy Puddicombe을 소개합니다

평범한 체대생이었던 작가는 짧은 기간동안 부모님의 이혼, 여동생과 지인들을 잃고 극도의 충격과 상실감을 극복할 수 없어 무작정 아시아로 떠났고 출가하여 티벳의 승려가 되었다. 여러 스승들과 사찰에서 수행을 마친 후 환속한 그는 Headspace를 공동 설립하고 명상 앱 등을 통해 digital health 사업을 진행중이다. 

 

 

책 내용을 소개해볼까요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책의 제목과 함께 부제 ‘오직 나다운 답들이 쌓여 있는 곳, 그 유일한 공간을 찾아서'는 정말 사람을 확 끄는 마력이 있다. 그와 함께 쟁쟁한 인사들의 추천사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 ‘이 책은 다를 것 같아.’

 

인간의 언어로 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설명을 여러 스승들의 주옥같은 비유를 들어 말해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로’, ‘푸른 하늘', ‘야생마’ 비유였다. 

 

도로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도로 위의 차량들로 비유했다. 그리고 그 감정들에 사로잡힌 나를 도로 복판으로 뛰어들어 그 많은 차량 통제를 하려 노오력하는 사람으로 설명했는데… 맞다. 될 수도 없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법을 40년이 넘도록 쓰고 있는 나란 사람. 도로 비유의 요점은 제자리에 그대로 앉아 오가는 차를 지켜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고 수동적으로 주의집중하는 법을 익히면서 내 감정과 생각의 ‘관찰자’가 되라는 것. 어차피 생각이라는 것은 저절로 생겨났다가 부지불식간에 또 사라져버리는 것이니 그저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기만 하라는 것.

 

또한 ‘좋은’ ‘나쁜’ 생각이라는 ‘판단중지’. 결국 도로는 차가 다닐 용도로 건설되었듯이 마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각과 느낌을 경험하기 위해서니까. 좋은 상태를 잃게 될까바 집착하는 마음이 두려움을 만든다고 했다.

 

 

푸른 하늘

즉 마음의 근원적인 본질, 본래의 상태는 푸른 하늘처럼 변함이 없다는 것과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하늘처럼. 구름 아래에서는 천둥 비바람이 불어도 상공의 푸른 하늘은 그대로이지 않았던가. 내 마음 속의 그 넓고 푸른 공간. 나의 내면의 공감각을 확 넓힐 수 있었던 탁월한 비유였다. 



야생마

한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티벳인들이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동차의 속력을 마력으로 치환할 정도니 말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장정들 몇이 매달렸으나 결국 놓치고 말았던 것을 기억한다. 반대로 기운이 별로 없어 보이는 노인이 그 장정들에게 줄을 길게 두고 시간을 두어 점점 길이를 줄이는 팁을 알려준다. 

 

정확히 이 비유를 말해줬던 스승의 얘기와 같았다. 불끄고 명상을 시작하면 곧 바로 호흡이 쉽게 느껴지고 내면으로 침잠하기를 기대하는 나. 마음이 부산했던 만큼 나의 야생마가 흥분을 가라앉히는 충분한 시간이, 기다림이 필요하다. 고요해져야만 명료해지니. 

 

 

읽기도 전에 너무 기대를 했던 걸까? 책을 중간쯤 읽으면서는 작가가 설립했다는 회사 헤드스페이스의 영업용 고급 브로슈어를 구입한 것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래 그 좋다는 명상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물론 저자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준다. 글로. 하지만 여타의 명상 안내책들이 그렇듯 읽으면서 연습해보기 어렵다. 애초에 명상이라는 것이 몸과 마음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중하는 것인데, 읽어가면서 따라한다는게 어불성설이다.

 

다행히 예전에 다녔던 마음수련 명상과 요가 수업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해봤던 니드라 수련법이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마음수련 명상시에는 그 한시간 내내 담당 도움님이 같이 앉아 지도를 해주셨는데, 사실 그 지도라는 것이 끊임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라는 리마인드와 다음 단계를 알려주고, 시간을 알람해주시는 역할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 그 도움 없이 명상을 배우는 초보자는 길을 헤맬 수 밖에.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초행길에 대한 확신도 없으니.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다녔지만 남편과 나 모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우리끼리 하기엔 어려움이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살면서 중간중간 명상이라는 키워드에 큰 관심이 생길 때가 있다. 작가처럼 개인적인 큰 일을 겪은 것도 아닌데 그럴 때가 있다.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자꾸만 본향이 그리워지는 것일까. 헤드스페이스 앱이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나만의 경험은 아니지 싶다. 책을 마친 후에 앱을 찾아보니 매우 짜임새 있는 것이 영어가 명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당장 구독했을 것 같다.  

 

속세의 성공을 한 승려(?)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명상에 대한 리마인드를 해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감사하라. 친절하라. 수용하라.  

 

 

남겨두고 싶은 문장들

“마음챙김은 현재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거나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지금 펼쳐지고 있는 삶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챙김은 자연스러운 알아차림의 상태에서 기꺼이 마음을 쉬면서 어떤 감정이 생기든 판단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그리하여 그 감정에 저항하지도 휩쓸리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헤드스페이스는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일든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만족감이나 충족감, 즉 마음의 근원적인 평온과 평화를 묘사하는 말이다.”
“감정 그 자체의 본질에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개방적인 태도가 유용하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긍정적인 감정은 열심히 쫓아다니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은 열심히 없애려드는 오래된 태도에 머물게 되고 만다.”
“슬픔과 기쁨은 한 세트에 속해서 둘 중 한가지만 가질 수는 없다. 동전의 양면과 같지.”
“다음 기법은 조금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 마치 네가 비범한 수준의 자비로움으로 명상을 하며 그 불쾌한 느낌을 대신 경험하는 덕분에 소중한 이들은 그런 느낌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상상해라. … 저항하지 말라는 뜻이지. 저항하지 않으면 긴장도 생기지 않는 법이다.”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감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마음이 온통 출렁일 때에는 그 표면 아래에 무엇이 숨어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거의 알아낼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우리는 마음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와 방식도 거의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명료함도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