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네가 바로 그것이다 <<영양의 비밀 - 프레드 프로벤자>>

소라언냐 2023. 8. 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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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비밀

 

 

 

지구를 찾아온 이들에게 Tat tvam asi, 네가 바로 그것이다.

 

묵직한 메시지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첫인상과는 달리 읽는 동안은 번역의 오류인지 원래 프로벤자 교수의 문체가 그런지 말이 앞뒤가 안맞는 듯해 몇번을 반복해 다시 읽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부아가 치밀었을 때도 있었지만 -.-; 그래도 영양 섭취 방법에 관해 나도 옳다고 믿는 전체론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줘서, 중간 부분부터는 나의 믿음에 대한 증거를 찾는 심정으로 읽었다고 해야할까.

 

배경 지식이 있었어야만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 쉽게 읽히지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다 읽어갈 무렵에는 <<지대넓얕 0>>를 다시 읽는듯한 기시감마저 들 정도였으니. 이 책… 뭐니? ㅎㅎㅎ

 

  

작가 Fred D. Provenza님을 소개합니다

유타 주립대학의 행동생태학과 명예교수인 저자 프레드 프로벤자는 행동주의 원칙과 향토지식을 결합해 도시와 농촌 공동체의 환경, 경제, 문화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 세계 과학자 및 토지 관리자들의 네트워크 BEHAVE의 설립자 중 한 명이며, 주요 저서로 <<포획행동 Foraging Behavior>>, 미첼 무렛과 공저한 <<양치기의 기술과 과학 The Science of Shepherding>>이 있다. 한국 EBS 다큐 프라임 <맛의 배신>에 출연해 평생에 걸쳐 영양 섭취와 동물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알려주고 음식 중독과 같은 섭식 장애의 원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책 내용을 소개할까요

책의 내용이 워낙 방대해 다 읽었어도 목차를 보면 다시 새롭다. 본인이 연구하는 동안 관찰하며 배웠던 동물들의 섭식 지혜를 이야기 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왜 현대인들이 수퍼마켓 먹이 활동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몸의 지혜를 잃어버리고 소위 영양 권위자들의 주장에 따라 먹거나 심지어 굶는 게 더 안전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정치, 경제, 사회적인 (특히 학계의) 역학 구조를 드러내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혜를 짓밟는 권위’, ‘권위를 짓밟는 믿음’, ‘믿음을 짓밟는 이해’ 챕터들에서는 어떻게 우리의 음식 섭취 방식이 결론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이해 관계로 귀결되었는가 하는 점을 보여준다. 몬산토와 GMO 관련 사업들 뒤에 숨은 공공연한 사기극들. 

 

이러한 이해 관계들을 따라가며 읽자니 작가가 언급했던 니나 타이숄츠의 <<지방의 역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다시 생각난다. 그녀의 책은 기자 출신 특유의 예리한 비판으로 위의 챕터들에 살짝 언급만 되었던, 지방 섭취에 대한 연구 사기극들을 다시 하나씩 짚어 두꺼운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해두었다. 그녀의 두꺼운 책의 내용이 짤막하게 인용이 될만큼 <<영양의 비밀>>은 방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챕터별로 설명해둔 것이라 건강서적들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어쩌면 읽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해마다 새로운 섭식 트렌드가 생기고, 열심히 공부해 따라하다보면 또 그게 아니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지친다. 나 역시도 건강 그리고 연결되는 다이어트 관련 서적에 큰 관심이 있어서 부지런히 찾아 읽었지만, 읽을수록 불가지론자가 돼버리는 현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길을 잃게 되었는지 이유도 잘 모른채 왜 전문가들은 제각기 다른 주장만 하는지 책들을 덮을 때마다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우리는 지금 자연을 대상화한 그 댓가를 살고 있구나 라는 반성. 나도 모르게 또 서구 사회와 우리를 구분짓고 원망하는 순간! 이 책의 대미의 장식은 내게는 친숙한 (고마워요 채사장님), 나와 세계와의 그 끈끈한 일원론적인 관계를 설명하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는 그 사랑을 잃어버린 결과를 살고 있는 탓에 먹고 사는 것마저 만인대만인의 투쟁 중인 것 아닌가. 그러니 길을 잃을 수 밖에...



내 앞에 놓인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 그리고 소식과 금식이 답이다. 여러 책들이 중구난방 다 다른 주장들을 해도 하나 관통하는 메시지는 소식과 금식이다. 금식할 때와 비교하면 많이 먹을 때 몸의 소리를 듣기가 더 어려워진다. 소식과 금식을 통해 잃어버린 나의 몸의 지혜를 다시 불러와야겠다. 

 

무슬림의 라마단 금식기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으면서 종교가 사람을 억압하는 예라고 혀를 찼던 무지했던 나. 그들의 라마단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은 조상들이 전해준 몸의 지혜를 긍정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뭘 먹어야 할지 명확히 답을 찾진 못했지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에필로그의 그의 독서 여정도 나의 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면서 불편한 독서가 우리를 이끌어 주는 방법이 보편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약간 동떨어진 얘기지만 동양 철학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벤자 교수가 여러 차례 인용했던 동양 철학의 내용들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가 다른 의미로 조금 불편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