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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를 향한 위로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이 책은 이렇게 만났죠 지인의 책장에서 발견했던 박경리 작가의 . 한국어로 씌인 종이 책을 실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사치였던 시드니에서 만났기에 더욱 더 반가웠을까. 그 중 박경리 작가의 을 빌려서 읽었었다. 이때 읽고 짧게 남긴 서평을 발견해 다시 연결해 쓴다. 문체는 을 쓴 현기영의 그것과 매우 흡사해 남성작가인가 싶을 정도로 짧고 간결한 문체이지만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틀 밤만에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책을 읽으며 작가 박경리에 대해서도 찾아볼 기회도 있었다. 불우한 환경과 개인사의 아픔을 글을 쓰는 일로 극복해낸 작가. 독자로서도, 같은 여자로서도 존경심이 생기는 작가였다. 조선의 나폴리, 통영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

내맘대로 Irish coffee

집에서 뚝딱 아이리쉬 커피 알코올이 들어간 커피 좋아하시나요? 매우 호불호가 있을 음료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가지고 장난하냐 할 분도 계실 줄... 쿨럭 호주에서 극장 등에서 하는 공연을 가면 공연전 pre-drink를 판매하는데요, 주로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들을 많이 마셔요. 공연 전 술을 한 잔 하고 공연을 보면 좀 더 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인가보죠? : ) 커피를 마실까 하고 메뉴를 보니 Irish coffee가 있었어요. 커피 가격이 매우 혜자로웠던 호주에서 벌써 십여년 전인데도 가격이 A$10 정도로 비싼 편이었어요. 당시 플랫 화이트 커피는 A$3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니까요. 신기하기도 하고 맛이 궁금하기도 해서 시켜본 Irish coffee. 우유도 들어가고, 베일리스라는 알코올 17%의 ..

조화로운 일상 2024.04.12

각자도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해되는 <<절제의 기술 - 스벤 브링크만>>

절제의 기술 작가 스벤 브링크만을 소개합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덴마크의 심리학자.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와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회학은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출간 후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의 대표작 으로 2015년 사회에 의미있는 통찰을 준 대중 지식인에게 수여하는 상인 로젠크예르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유쾌한 철학 강의를 진행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방송 내용을 토대로 쓴 저서 이 있다. 우리가 어떤 하나의 가치를 굳게 지키고 그 위에 바로 서 있으려면, 다른 것들은 내려놓을 수 밖에 없다.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많은 것을 ..

제주 4.3을 수면 위에 올리다 <<순이삼촌 - 현기영 >>

순이 삼촌 독서모임에 이 책을 소개했죠 내가 왜 이 그렇게 두껍진 않은 책이라고, 남성 작가의 문장답게 속도감이 있어 잘 읽힐거라고 소개를 했나 싶을 정도로 재독하는 내내 책 속의 화자 ‘나'들처럼 무기력하고, 맥아리 없고, 두렵고, 불안하고, 화나고, 우울하고, 억울하나 다시 무력하고… 여튼 나도 장판에 등딱지가 들러붙어 있는 듯한 지리한 느낌이 내내 들었다. 잘 읽힐거라 소개한 것은 사과드립니다. ㅎㅎ 책은 현기영 작가의 중단편들을 모아놓아 볼륨이 꽤 되었다.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고 결코 작은 책이 아닌 것이 국지적으로 제주의 ‘4.3사건’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이는 곧 우리의 근현대사의 큰 상처인 ‘여순사건’과 의 그것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감히 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개요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의 조국은 우주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Meditations) 작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님을 소개합니다 로마의 5현제 중의 마지막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로, 원 제목은 '타 에이스 헤아우톤(Τὰ εἰς ἑαυτόν)'으로 '자기 자신에게' 라는 의미.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의 양자가 되고, 12세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보여 스토아 철학에 입문하여 에픽테토스의 을 배웠고, 소크라테스를 존경했다고 한다. 이들의 철학은 그의 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전장에서 남긴 비망록 형식의 글이라 반복되는 내용도 많고, 두서 없기도 하지만 그의 사망 후 약 100년 이후 후대 사람들이 이라는 제목으로, 12권으로 나누어 편찬된 책이라고 한다. 난중일기 아니예요 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뭔가 서정적인 내용이리라 예상했다가 서문에서 도나우 ..

개처럼 가볍게, 행복하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몇번의 우연이 겹쳐 이 책을 모임에서 고르게 되었을까. 맑스의 과 함께 읽기로 선정되었던 책. 니체의 철학이 모티브로 씌여진 책이라는 소개가 궁금증을 키웠고, 같은 국적의 체코 작가 흐라발의 의 아우라가 아직도 어른거리는 터라 추천이 나오자마자 만장일치로 정해진 책. 간단히 을 읽고 가슴 설렜던 내게 에서 접한 공산주의 체제하의 인민의 삶은 처절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일상이 강제수용소와 같은 발가벗겨진 삶. 유능한 외과의사인지라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증명은 더욱 선명해야 한다. 끝내 평생의 임무라 여겼던 외과의사에서 자의로 유리창 청소부로 직업을 바꿔야만 하는 현실. 조지 오웰의 가 그저 허구의 소설이 아니었다는 충격. 한..

기억의 힘 <<종이 동물원 - 켄 리우>>

종이 동물원 독서모임의 추천을 통해 만나게 됐죠 SF나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 모두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 독서모임의 추천이 없었다면 영원히 몰랐을 작가의 단편 소설들이다. 이래서 독서 모임이 중요하다 : ) 을 포함해 총 14편의 단편들로 묶여져 볼륨이 꽤 되는 책이지만 소설들이 짤막짤막하게 수록돼있어 흡입력 있게 잘 읽혔던 책. 은 다 읽고 나면 성경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떠오를 만치 뻔한 스토리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다 읽고 나면 눈물이 난다. 이걸 SF(Science Fiction)나 판타지 소설로 분류해도 될까? 엄마가 접어 만들고 숨결을 불어 넣어주면 생명력을 가지고 돌아다니던 종이 동물들에 대한 기억을, 그 아들은 어른이 된 이후 반추해보면서 어쩌면 종이접기 동물들이 살아 움직여..

슈퍼마켓 먹이 활동의 보릿고개를 넘는 방법

과일값이 금값이야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보시는 분들의 장고가 느껴집니다. 채소나 과일 같은 신선 식품 진열대 앞에서 유독 말이죠. 폭등한 물가의 기대치 않았던 장점(?)이라면 니나 내나 같은 마음이라 생각하셨는지 낯선 이에게 서로 아이스 브레이킹이 아주 자연스러워요. "사과 값이 이게 뭐래. 살 게 없네." 네... 정말 살 게 없네요. 애호박 하나 3,400원 사과 중간 사이즈 5개 17,000원 청양고추 한 봉지 4,900원을 한참 들여다 봤어요. 이 가격이 맞나 싶어서요 ㅜ 사던대로 만만한 양배추 큰 거 한 통 3,800원 사과 한 봉을 사왔어요. 흙당근은 집에 있고요. 이러면 한 주 점심은 완전 해결. 저희는 하루 두끼 식사를 하는데 아침엔 애플 사이다 비네거 한 티스푼을 탄 따듯한 물로 점심엔 ..

조화로운 일상 2024.03.12

우리 조금씩만 더 가난해지면 어떨까 <<디컨슈머 - J.B. 매키넌>>

디컨슈머 (Deconsumer)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는 만약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훤씬 더 적게 소비한다면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 등을 비롯해 우리 자신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탐구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매키넌은 경제학, 인류학, 기후과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멈출 수 있는지, 그리고 소비주의를 탈피한 삶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소비를 멈춘 세상'에서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이른 곳은 더 나은 삶, 풍족한 관계다. 주콴시의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의 숨은 의미 프롤로그에서 남아프리가 나미비아 칼라하리 사막에 있는 부족의 생활상을 소개한다. 1964년 Richard B. Lee라는 캐나다 인류학자가 1년 넘게 주콴시(부족의 언어로 ..

폭주하는 기차의 비상 브레이크를 함께 잡아당길 수 있기를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강신주&지승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EBS에서 하는 방송을 찾아 본 탓인지 유튜브에 강신주 철학자의 클립들이 자꾸만 공유됐다. 하나둘씩 보다보니 작가가 궁금해졌고, 그의 최근작인 것 같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우연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동시에 채사장의 과 J.B. 매키넌의 를 읽게 됐는데, 세 권의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를 가장 구체적으로 콕콕 짚어준 느낌이다. 책은 지승호라는 분이 작가와 열 한번 만나 나눈 대화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답체의 글을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인터뷰어가 나의 눈 높이에서 쉽게 질문하고, 작가가 철학적인 설명을 자세히 해주는 형식이라 책에서 다루었던 여러 어두운 사회 사건들- 구미 3세 여아 살인 사건, 세월호 유가족, 채상병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