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책읽기 65

제주 4.3을 수면 위에 올리다 <<순이삼촌 - 현기영 >>

순이 삼촌 독서모임에 이 책을 소개했죠 내가 왜 이 그렇게 두껍진 않은 책이라고, 남성 작가의 문장답게 속도감이 있어 잘 읽힐거라고 소개를 했나 싶을 정도로 재독하는 내내 책 속의 화자 ‘나'들처럼 무기력하고, 맥아리 없고, 두렵고, 불안하고, 화나고, 우울하고, 억울하나 다시 무력하고… 여튼 나도 장판에 등딱지가 들러붙어 있는 듯한 지리한 느낌이 내내 들었다. 잘 읽힐거라 소개한 것은 사과드립니다. ㅎㅎ 책은 현기영 작가의 중단편들을 모아놓아 볼륨이 꽤 되었다.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고 결코 작은 책이 아닌 것이 국지적으로 제주의 ‘4.3사건’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이는 곧 우리의 근현대사의 큰 상처인 ‘여순사건’과 의 그것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감히 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개요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의 조국은 우주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Meditations) 작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님을 소개합니다 로마의 5현제 중의 마지막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로, 원 제목은 '타 에이스 헤아우톤(Τὰ εἰς ἑαυτόν)'으로 '자기 자신에게' 라는 의미.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의 양자가 되고, 12세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보여 스토아 철학에 입문하여 에픽테토스의 을 배웠고, 소크라테스를 존경했다고 한다. 이들의 철학은 그의 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전장에서 남긴 비망록 형식의 글이라 반복되는 내용도 많고, 두서 없기도 하지만 그의 사망 후 약 100년 이후 후대 사람들이 이라는 제목으로, 12권으로 나누어 편찬된 책이라고 한다. 난중일기 아니예요 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뭔가 서정적인 내용이리라 예상했다가 서문에서 도나우 ..

개처럼 가볍게, 행복하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몇번의 우연이 겹쳐 이 책을 모임에서 고르게 되었을까. 맑스의 과 함께 읽기로 선정되었던 책. 니체의 철학이 모티브로 씌여진 책이라는 소개가 궁금증을 키웠고, 같은 국적의 체코 작가 흐라발의 의 아우라가 아직도 어른거리는 터라 추천이 나오자마자 만장일치로 정해진 책. 간단히 을 읽고 가슴 설렜던 내게 에서 접한 공산주의 체제하의 인민의 삶은 처절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일상이 강제수용소와 같은 발가벗겨진 삶. 유능한 외과의사인지라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증명은 더욱 선명해야 한다. 끝내 평생의 임무라 여겼던 외과의사에서 자의로 유리창 청소부로 직업을 바꿔야만 하는 현실. 조지 오웰의 가 그저 허구의 소설이 아니었다는 충격. 한..

기억의 힘 <<종이 동물원 - 켄 리우>>

종이 동물원 독서모임의 추천을 통해 만나게 됐죠 SF나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 모두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 독서모임의 추천이 없었다면 영원히 몰랐을 작가의 단편 소설들이다. 이래서 독서 모임이 중요하다 : ) 을 포함해 총 14편의 단편들로 묶여져 볼륨이 꽤 되는 책이지만 소설들이 짤막짤막하게 수록돼있어 흡입력 있게 잘 읽혔던 책. 은 다 읽고 나면 성경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떠오를 만치 뻔한 스토리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다 읽고 나면 눈물이 난다. 이걸 SF(Science Fiction)나 판타지 소설로 분류해도 될까? 엄마가 접어 만들고 숨결을 불어 넣어주면 생명력을 가지고 돌아다니던 종이 동물들에 대한 기억을, 그 아들은 어른이 된 이후 반추해보면서 어쩌면 종이접기 동물들이 살아 움직여..

우리 조금씩만 더 가난해지면 어떨까 <<디컨슈머 - J.B. 매키넌>>

디컨슈머 (Deconsumer)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는 만약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훤씬 더 적게 소비한다면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 등을 비롯해 우리 자신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탐구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매키넌은 경제학, 인류학, 기후과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멈출 수 있는지, 그리고 소비주의를 탈피한 삶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소비를 멈춘 세상'에서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이른 곳은 더 나은 삶, 풍족한 관계다. 주콴시의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의 숨은 의미 프롤로그에서 남아프리가 나미비아 칼라하리 사막에 있는 부족의 생활상을 소개한다. 1964년 Richard B. Lee라는 캐나다 인류학자가 1년 넘게 주콴시(부족의 언어로 ..

폭주하는 기차의 비상 브레이크를 함께 잡아당길 수 있기를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강신주&지승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EBS에서 하는 방송을 찾아 본 탓인지 유튜브에 강신주 철학자의 클립들이 자꾸만 공유됐다. 하나둘씩 보다보니 작가가 궁금해졌고, 그의 최근작인 것 같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우연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동시에 채사장의 과 J.B. 매키넌의 를 읽게 됐는데, 세 권의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를 가장 구체적으로 콕콕 짚어준 느낌이다. 책은 지승호라는 분이 작가와 열 한번 만나 나눈 대화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답체의 글을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인터뷰어가 나의 눈 높이에서 쉽게 질문하고, 작가가 철학적인 설명을 자세히 해주는 형식이라 책에서 다루었던 여러 어두운 사회 사건들- 구미 3세 여아 살인 사건, 세월호 유가족, 채상병의 자..

최소한의 시민의 교양 <<시민의 교양 - 채사장>>

시민의 교양 이책은 이렇게 만나게 됐죠 내가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나의 독서 여정에 너무나도 큰 등불이 되어줬던 채사장님의 책. 그의 책들을 모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을 읽지 않았다는 걸 알고 망설임 없이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 워낙 믿고 읽는 채사장님이니까요. 시리즈를 읽었다면 매우 익숙한 포맷 책의 구성은 그의 다른 책들 시리즈의 구성과 이야기의 톤앤매너가 비슷해 더욱 친근하게 읽힌다. 중간중간 정리와 직관적으로 딱 와닿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메모를 보자면 공부 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쩜 저렇게 정리를 잘해~ 책의 프롤로그에서 를 들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설명한다. 가 죽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 개인이 겪게 될 일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안내서라면, 이 책은 현실..

색을 지우고 사람을 보라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밀란 쿤데라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예술의 숙명이라고 했지만 내 아버지에게는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아닌 역사의 진보가 소멸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였다. 작가 정지아님을 소개합니다 책 표지의 작가 사진은 쪼꼼 땐땐(?)해 보이는 중년의 여성. 작가 정지아는 전혀 모르고 있던 여성작가였다. 나무위키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 창작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 이라는 장편 소설로 데뷔했다. 2006년 으로 제 7회 이효석문학상, 2008년 으로 제 14회 한무숙문학상, 2020년 로 제 14회 김유정문학상을 받는 등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그냥 믿지 말고, 질문하고, 생각하자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작가 송길영님을 소개합니다 책 표지의 작가 소개를 인용해 소개를 하자면, Mind miner (마음을 캐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이 담겨있는 소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나아가 여기에서 얻은 다양한 이해를 여러 영역에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주)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다. 바이브컴퍼니는 소비자의 온라인 의견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하는데 특화된 기업으로 텍스트 마이닝, 대규모 정보탐색과 자연어 처리 등 수십억 개의 소셜미디어 글들이 담고 있는 소비자의 의견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유연한 삶의 자세 <<최소한의 밥벌이 - 곤도 고타로>>

최소한의 밥벌이 책 표지가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의 작가 하완이 그린 그림이란다. 돗자리에 누워서 책을 읽으며 발로 벼를 심는, 알로하 셔츠를 입은 아저씨. ‘이렇게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라며... 곤도 기자를 그린 것일테다. ㅎㅎㅎ 큰 줄거리는 50 평생을 대도시에서 살아온 기자가 ‘더는 회사와 사회에 휘둘리는 삶을 살기 싫다. 내가 원하는 글만 쓰면서 살아가고 싶다. 최소한 밥만 굶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벼농사를 직접 지어보자!’라며 회사에 지방 발령 신청을 낸다. 비장미 터지게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는 ‘글쟁이’로 살기 위해 호기롭게 얼터너티브 농부가 되겠다며 자신보다 나이 어린 부장에게 지방 발령을 요청하는데, 어이없이(?) 일사천리로 발령이 진..